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득환)는 29일 회사가 소유한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빼돌려 비자금 56억원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불구속 기소된 정몽규(44)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선고공판에서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건설사 대표이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자금으로 조성한 56억원 가운데 임직원 및 현장격려금으로 사용한 3억원은 유죄가 인정된다”면서도 “비자금 조성 자체만으로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전체 비자금 56억원 가운데 대부분을 국외 도피중인 서아무개 전 재무팀장이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업 상당수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관행이 있다지만 관행이 불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용한 돈은 3억원에 불과하고 공범이 대부분의 돈을 횡령했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회사 임원 자격을 상실하는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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