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경제 부처 장관들과 재계 대표, 노동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에선 ‘2007년 경제 운용 방향’이 확정됐다. 노 대통령 왼쪽이 한명숙 총리, 오른쪽이 권오규 부총리. 연합뉴스
시중 유동성 관리에 주력
일자리 30만개 기대 못미쳐
일자리 30만개 기대 못미쳐
정부 ‘새해 경제운용 방향’ 뜯어보니 정부가 4일 발표한 ‘새해 경제 운용 방향’을 보면, 올해가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 해라서 그런지 새로운 정책 과제나 목표는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대신 부동산·금융·외환시장 등 우리 경제의 이른바 ‘3대 잠재적 불안 요인’ 관리와 그동안 내놓았던 개혁 과제의 완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 불안 요인 관리에 초점=올해 경제 운용 방향은 경제의 안정적 관리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이라는 두가지 큰 틀로 짜여져 있다. 정부는 우선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중 유동성(부동자금)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변동금리부 주택 담보대출에 대해 금융회사의 주택 신용보증 출연료(0.125%)를 인상해 고정금리 대출 방식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또 토지 보상 기준 시점을 개발계획 승인 단계에서 예정 지구 지정 단계로 늦추고, 현금·채권 외에 ‘토지’로 보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최근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는 감안해, 은행들의 단기 차입을 통한 외화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 출연료(0.4%)를 부과해 외화 대출의 축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 경기가 급랭하는 것을 막고 연간 4%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상반기 중 예산의 56%를 투입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주택 건설을 촉진하는 등 경기 보완 대책을 병행하기로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정책 측면에서는 과잉 유동성의 안정적 관리를 얘기하면서 재정의 조기 집행과 건설 투자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상이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과잉 유동성 관리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마무리해야 할 개혁 과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자유무역협정 확대와, 국민연금법 개정 등 개혁 입법의 국회 조기 통과를 꼽았다. 국민연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식품·의약품 등에 전자태그를 부착해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무선인식기술(RFID) 확산을 위한 종합 발전계획 수립도 추진하기로 했다. 2단계 국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상반기에 지방 창업 및 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제·인력·토지·재정 등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유인책을 마련하고, 서남권 등 낙후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 및 민생 안정책 미흡=정부가 제시한 올해 일자리 창출 규모 30만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매년 노동 시장에는 35만~40만명 가량의 노동력이 새로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흡수하기도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보육·의료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해 3만~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방안은 눈길을 끈다. 서민층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은 몇가지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음식업자가 매입한 농수산물 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을 부가가치세 납부 세액에서 경감해주는 ‘의제 매입세액 공제제도’의 일몰 연장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장기 주택저당 차입금의 범위에 상환기간을 15년 이상으로 연장한 차입금 추가 △장애인이 승용차 구입 때 특별소비제를 면제받은 뒤 사망한 경우 유족에 대한 특소세 추징제 폐지 △수용으로 인한 농지 대토 때 양도소득세 감면을 위한 대체 농지 취득 허용 기간 연장 등이 새 내용들이다. 송태정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성장 동력 확충 측면에서도 참여정부 초기에 제시했던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대한 후속 작업이 없는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운용 방향 주요 내용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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