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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사 직전 재래시장-슈퍼 뭉쳤다

등록 2007-01-23 19:00수정 2007-01-23 22:03

대형마트 이어 중형까지 할인점 ‘끝없는 공세’
유통업체 무차별 출점 막기 비대위 출범
재래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흥정하는 소리 대신 한숨과 넋두리가 가득하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660곳에 이르는 전국의 재래시장은 해마다 2조원 넘게 매출액이 줄고 있고, 그 상당액을 대형 할인점이 흡수하고 있다.

참다 못한 재래상권의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와 슈퍼슈퍼마켓(SSM·대형마트보다는 작고 동네 슈퍼보다는 큰 100~1000평 규모의 유통매장) 확산에 조직적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

재래시장 가 보니=“우리 영감 얘기로는 ‘이마트’ 같은 거 하나 들어오면 재래시장은 다 망한다고 하더라구!” 남편과 함께 김 가게를 운영하는 이아무개(64)씨는 댓바람에 한숨부터 쏟아냈다. “아들 일도 잘 안 돼 손주들 분유값도 내가 내는 형편이야. 근데, 저게(대형할인점) 문을 열면 이렇게도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 같애!”

23일 오후, 노점을 포함해 130여 가게가 들어찬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선 이들 노부부처럼 불안에 떠는 상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다음달 1㎞도 안 떨어진 곳에 대형할인점 ‘이마트’가 문을 여는 까닭이다. 외환위기 뒤 직장을 그만두고 속옷가게를 차린 ㅈ아무개(51)씨는 “아들이 다음달 제대해 복학하는데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근처 시장 7곳을 오가며 장사하는 노점상 최승진(오른쪽)씨가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놓고 저가 신발을 팔고 있다. 최씨는 “장사 잘 되는 시장이 몇 곳 없어 앞으로는 어디서 좌판을 벌여야 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근처 시장 7곳을 오가며 장사하는 노점상 최승진(오른쪽)씨가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서 좌판을 벌여 놓고 저가 신발을 팔고 있다. 최씨는 “장사 잘 되는 시장이 몇 곳 없어 앞으로는 어디서 좌판을 벌여야 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외환위기 직후 근처에 테크노마트가 들어선 데 이어 농협 하나로마트와 편의점 등이 주변에 줄줄이 생겨나면서, 자양시장의 매출액은 60% 넘게 줄었다고 한다. 시장 상인들도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2003년 시장 조합을 꾸리고 2년여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환경개선 사업을 벌였다. 손님을 끌어들이려 상품권과 쿠폰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파르게 줄어드는 수입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한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우상원(57) 조합 사무국장은 “다음달 이마트가 문을 열면 매상이 30%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만리동고개 만리시장은 이미 대형할인점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인근 서울역의 롯데마트와 용산역의 이마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탓에 손님들 발걸음 소리를 듣기조차 어렵다. 젊은사람들이 롯데마트로 몰리면서 옷가게의 타격은 특히 심각하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해 온 김아무개(62)씨는 “저녁 6시만 넘기면 시장이 조용해질 정도로 손님이 없다”며 “젊은이들은 이미 다 떠났고, 오도가도 못하는 우리네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 안팎인데, 월세만 30만원이다.

방앗간 주인인 이수복 상인연합회장은 “만리시장에는 주차장도 변변찮아 손님 끌기가 더욱 어렵다”며 “5년여 전 반짝경기를 탄 뒤 줄곧 내리막길이어서 빈 가게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평일 오후라고 해도 흥정을 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상인들, 하나로 뭉쳤다=전국시장상인연합회, 한국의류판매업 협동조합연합회, 대한안경사회, 한국문구도매업 협동조합 등 40여 소상공인 단체들은 23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유통점·슈퍼슈퍼마켓 확산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김경배 임시위원장은 “대기업들이 대형마트에 이어 지에스슈퍼, 롯데슈퍼, 홈플러스 슈퍼익스프레스, 농협 하나로클럽, 미니 이마트 등의 슈퍼슈퍼마켓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힘에 따라 슈퍼마켓과 재래시장 등은 고사 직전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형점포 활동조정에 관한 특별법안’과 ‘중소유통업 지원 특별법안’을 즉시 통과시켜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에도 무차별적 출점 전략을 거둬들이라고 촉구했다.

전진식 윤영미 기자, 김외현 최원형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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