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스웨덴 모범 사례
사회·경제정책 조화 필요
성장 우선주의 근거부족
사회·경제정책 조화 필요
성장 우선주의 근거부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에선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를 놓고 공허한 이념 공방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을 근거로 성장을 희생하지 않고도 분배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9일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조화와 합의의 도출 : 주요 선진국의 경험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성장과 분배의 상충 가능성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본질적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에서 비롯된다”며 “사회정책을 희생하지 않고도 효과적인 경제정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회·경제정책 조화가 90년대 영국의 번영 낳아=보고서는 신자유주의의 대명사인 영국 대처 정부와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의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조화에 주목한다. 철저하게 시장주의적 개혁을 단행한 대처 정부 시절에도 사회정책의 핵심 요소인 의료, 양육,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 비용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도 사회정책이 작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블레어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아래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상호보완성을 강조했다. 세계화와 기술 진보의 시대적 상황에 맞춰 사회 구성원이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정책을 추구했고, 이를 통해 경제적 번영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영국 경제가 꾸준히 발전한 것은 사회서비스를 축소해서가 아니라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경제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룬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기에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즈주의 거시경제정책과 적극적인 사회정책을 결합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달성한 나라다. 특히 1990년대 들어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물가 안정에 기초한 건전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정책의 프로그램별로 완급을 조절하고 최빈곤층을 위한 배려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성장친화적 사회정책’과 ‘사회적 경제정책’ 결합해야=보고서는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가 사회정책을 희생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경제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만큼 사회정책은 성장친화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경제정책은 사회적인 과제까지도 어느 정도 감당하는 ‘사회적 경제정책’이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친화적인 사회정책을 편 결과, 빈곤층 문맹률이나 사망률이 유럽에 비해 더 높은 미국의 예를 들어 시장친화적 사회정책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조세 저항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이 수혜자가 되는 보편적 사회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빈곤층에 대한 공적부조와 실업·장애·의료·연금 등 전통적 사회서비스 분야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지만, 교육과 공공주택 등 범 사회정책 분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대표 필자인 김흥종 대외경제연 유럽팀장은 “GDP 대비 공적 사회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도 안되는 우리 사회에서 분배가 성장을 해친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분배나 사회정책을 배제한 성장 우선주의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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