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카드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과정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소액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입힌 외국계 펀드에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득환)는 9일 엘지카드가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알고 미리 주식을 팔아 각각 131억여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미국계 펀드 ‘에이콘’과 ‘피칸’의 이사 겸 엘지카드 전 사외이사인 황성진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두 법인에는 각각 회피 손실액의 두 배에 이르는 벌금 26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황씨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시장에 만연된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경제적 규모나 위상에 걸맞게 적법하고 정당한 경제 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함으로써 경제 정의가 실현되도록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엘지카드의 유상증자 정보를 입수한 뒤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구자경 엘지그룹 명예회장 사위)의 주식을 미리 팔아 112억원의 손실을 회피시켜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동열 전 엘지화학 재무관리팀장(현 엘지그룹 상무)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최 회장에게는 벌금 225억원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론스타 사건 역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허위 감자설 유포 행위가 쟁점이 되는 등 이번 사건과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의 재판부가 론스타 사건도 맡고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법원이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벌 의지를 밝혔고, 행위자와 수혜자를 모두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이득액의 두 배에 이르는 벌금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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