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우정 없다
한솔제지 출신 3명 경영권 분쟁 법정다툼
수십년 동안 한 직장을 다니며 돈독한 동료애를 쌓아 퇴직한 뒤에 동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사업이 잘되자 경영권 분쟁이 일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구아무개(65) 한솔제지 전 부회장은 2005년 2월 초 김아무개(61) 전 사장, 이아무개(51) 전 상무와 함께 각각 10억원, 5억원, 10억원씩을 출자해 회사를 차렸다. 폐지를 수집 가공해 신문용지 원료로 판매하는 이 회사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회사가 잘 나가자 세 사람 사이에 분쟁이 시작됐다. 구씨와 김씨는 창업 실무를 맡은 이씨가 4:2:4의 지분율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렸다며 지난해 말 법원에 의결권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현재 이씨와 부인은 이 회사 지분의 50.7%를 갖고 있다. 구씨와 김씨의 몫은 49.3%이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은 애초부터 15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2005년 7월 5억원어치를 추가로 인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씨와 김씨는 이씨에게 실무를 믿고 맡겼다가 지난해에서야 지분 비율이 약속된대로 배분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용헌)는 지난해 12월 “세 사람이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하기로 하며 그 지분은 최초 출자금 비율인 4 대 2 대 4로 보유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주식양도청구소송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이씨쪽이 소유한 지분 가운데 40% 비율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씨 쪽은 가처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재심리가 진행중이다.
재판부는 “친한 관계의 사람들이어서 서류로 된 약정서를 만들지 않은 것이 분쟁의 씨앗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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