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낼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조세연구원 설문…열명중 여덟 “제대로 안쓰이고 낭비”
우리나라 납세자 열에 일곱은 세금 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내기를 꺼리는 이유로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세연구원은 전국의 서른살 이상 납세자 1083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납세자 의식과 세정 개혁 방향’ 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꺼이 낸다’는 답변은 32%에 그쳐, 2001년 조사 때보다 2.9%포인트 줄었다. 반면 ‘어쩔 수 없이 낸다’는 응답은 53.6%로 절반을 넘었고, ‘빼앗기는 기분이다’는 답변도 14.4%나 됐다. 전체의 68%가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내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직업별로 보면, 소득원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봉급생활자는 ‘기꺼이 낸다’는 비율이 23.4%로 자영업자(37.5%)보다 크게 낮았다. ‘어쩔 수 없이 낸다’( 59.6%)와 ‘빼앗기는 기분이다’(17%)는 비율은 자영업자(각각 50%와 12.5%)보다 높았다. 유리 지갑이라고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의 경우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자영업자보다 세금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이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소득 수준별로 응답에 거의 차이가 없는 데 반해,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다.
세금 납부를 꺼리는 이유로는 열에 여덟이 ‘납부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불성실 납세자 때문에 자신의 부담이 과도해진다’는 답변도 열에 일곱꼴이었다.
또 납세에 대한 태도를 미국과 견줘 보면,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거부감이 높았다. ‘국민의 의무를 지킨다는 자세가 성실 납세에 영향을 주는지’를 물었더니 ‘매우 영향력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한국은 20%인 반면, 미국은 80%나 됐다. ‘세무조사가 성실 납세에 미치는 효과’에서도 한국은 25%만이 긍정적인 데 반해, 미국은 62%가 긍정적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탈세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게 대처해 왔기 때문에 세무조사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박명호 조세연구원 세정연구팀장은 “세무행정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납세 순응도가 여전히 낮다”며 “납세 순응도 개선을 위해 체계적 전략 수립과 함께 납세자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세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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