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임근 기자
전망대
“앞이 보이지 않고 그저 답답할 뿐이다.”
주야간 2교대 근무제 도입을 놓고 10개월째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 이들은 1월3일, 2월2일 노사협상 잠정안이 버스부문 조합원총회에서 부결된 뒤, 양쪽간 공식 협상을 한차례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주야간 2교대(오전 8시~오후 6시50분, 오후 9시~오전 8시)는 회사 쪽이 주문량이 밀린다며 요구한 근무체제다. 현재 울산·아산공장은 이처럼 근무하고 있다. 2005년 임단협을 통해 2009년 1월부터 전체 공장이 주간연속 2교대(오전 6시~오후 3시, 오후 3시~밤 12시)로 바꿀 것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주야간 2교대를 적용하면 공장 1곳을 짓는 효과가 있다”며 올해와 내년 2년간 이 근무체제를 하자고 내세운다. 회사는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올해 생산계획이 7만대였지만, 타결이 미뤄져 1500대 이상 차질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강경파를 중심으로 노조에서는 새벽근무에 따른 건강 악화, 물량적체 해소로 인한 특근 감소로 줄어드는 수입(수당)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주야간 2교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대한 조합원 불신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회사는 부결이 계속되자 버스부문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문조사를 벌였다. 대상자 730명 가운데 604명이 응답했다(회수율 82.7%). “주야간 2교대를 통한 버스물량 해소 방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꼭 필요’ 24.5%, ‘장기적 필요’ 27.4%, ‘시기상조’ 13.2%, ‘다른 방법 찾아야’ 28.0% 등으로 나타났다. 주야간 2교대 필요성을 인정한 대답이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회사가 제시한 물량에 대한 신뢰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신뢰’는 13.2%에 그친 반면, ‘인정하지만 왠지 불안’ 50.1%, ‘신뢰 어렵다’ 28.7%, ‘신뢰할 수 없다’ 7.0% 등으로 조사됐다. 회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주야간 2교대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의에 ‘고용 불안’ 40.2%, ‘건강 악화’ 24.8%, ‘물량신뢰’ 18.4% 등으로 불신이 똬리를 틀고 있다.
11년을 근무한 40대 한 조합원은 “외환위기 직후 대량 구조조정 경험이 있다”며 “지금은 주문이 많으니까 사원을 뽑고 주야간 2교대를 얘기하지만, 물량이 없으면 과거처럼 대량해고가 우려돼 불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고용보장 및 물량 확약서를 이미 노조에 써줬다”고 밝혔다.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