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라는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뼈 있는 쇠고기 수입 허용과 함께 쇠고기 관세 철폐까지 요구하고 있다.
11일 미국 농무부와 캐나다 식품검사국 홈페이지를 보면, 수역사무국 검역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캐나다 등 12개 나라가 제출한 광우병 위험 관리 보고서를 검토해 각국의 위험 등급을 정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 등급 가운데 중간인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Controlled risk)’로 분류됐다.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사 체계를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수역사무국은 등급 분류 결과를 167개 회원국에 회람시키고, 오는 5월20~25일 열리는 파리 총회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판정을 한다. 수역사무국 총회에서 등급이 최종 확정되면,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를 제거한 살코기’만 수입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개정을 요구할 게 뻔하다.
그러나 등급확정이 곧바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역사무국은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의 경우 △모든 연령의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및 여기서 나온 단백질 △30개월 이상 소의 뇌·눈·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과 여기서 나온 단백질은 교역을 금지하고 있다. 또 나머지에 대한 의무수입 규정도 없다. 수입국이 별도의 위험평가를 통해 더 엄격한 수입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미국이 총회에서 등급판정을 받으면 자체적으로 위험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수입조건 개정은 등급 판정과 관계없이 우리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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