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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카지노에 가치투자 하라구요?”

등록 2007-03-13 19:00

강기혁씨
강기혁씨
소액주주 운동 나선 강기혁씨
“대한민국 주식시장, 카지노예요, 카지노.”

조일알미늄 소액주주 대표인 강기혁(37·사진)씨는 12일 “소액주주는 무시당하고 대주주는 편법으로 배불려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의 장기적인 가치를 보고 투자해도 대주주들이 가치의 상당 부분을 가로채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늘 피해만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씨를 비롯한 40여명의 조일알미늄 소액주주는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감사 후보를 추천했다. 회사 가치가 엉뚱하게 새어나가지는 않는지 감시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주주들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쪽은 상법상 감사위원회 설치를 내세워 감사 선임을 무산시키려 했고, 소액주주들은 감사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이사회의 정관 변경안 결의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감사위원회는 회사 쪽이 임명한 사외이사들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부당거래로 대주주들이 가치훼손
소액주주들 감사 추천 회사 방해땐 본격 소송

강씨는 1996년 ㄷ그룹에서 주식 업무 담당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계열 상장사 두 곳의 유상증자 업무를 힘들여 했는데, 그 결과가 너무 황당했다고 한다. 유상증자로 모인 자금이 대주주를 위해 다른 계열사 증자 자금으로 사용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보다 더 기가 막혔던 것은, 주가 하락으로 큰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액주주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다.

직접 주식투자를 하면서 문제 의식은 더 커졌다. 주식 담당 업무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ㅂ사와 ㄴ사 등 회사 가치가 좋다고 분석된 기업에 장기투자했건만, 주가는 잘 오르지 않고 손실만 늘어갔다. 기업 분석을 거듭한 결과, 회사 가치는 편법적 방법을 통해 대주주 쪽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분식회계와 회사 재산의 부당한 이전, 불법적인 주식 거래. 대주주에 의해 회사 가치가 훼손되지 않은 곳이 없더군요. 채권은행이 물량을 싸게 던져서 대주주에게 밀어주는가 하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은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주가 조작으로 4년간 25억원을 챙기기도 했더라고요. 그러니까 주가는 오르지 않고 회사 가치를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만 손해를 보는 거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가치투자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불법 거래 사실을 파악해 청와대,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등에 진정도 내봤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소액투자자였던 강씨가 소액주주운동에까지 나서게 된 내력이자,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벌어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분배에 있어, 주주와 노동자 사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면, 이젠 대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민주적이고 형평적인 배분이 이뤄질 때”라고 말한다.


강씨는 “법원에서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소액주주들은 보유 지분 17% 정도로 감사 선임을 밀어붙일 작정이지만, 법원마저 외면한다면 대주주의 불법 행위를 공개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일알미늄 쪽은 강씨 등 소액주주들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일알미늄의 성원모 총무부장은 “모든 회사 거래와 정관 변경은 정당한 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법적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감독원이나 증권거래소 등에서 제재를 받았겠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글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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