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 발표, 단정적으로 믿지는 마세요.”
해외펀드 비과세 등 국회서 거부 빈번
통과여부 챙기지 않으면 ‘뒤통수’ 맞기도
통과여부 챙기지 않으면 ‘뒤통수’ 맞기도
“정부의 정책 발표, 단정적으로 믿지는 마세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산되거나 미뤄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국회의 법안 심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행정 입법이 국회에서 거부되는 사례가 과거보다 많아진 것이다. 때문에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가 새로 도입하거나 개정하는 정책을 접하는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 일도 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가 법률 제·개정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려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를 거치고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발표할 경우, 언론은 이미 제도가 확정된 것처럼 “○○가 ○○○○년부터 도입된다” “○○가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다. 때문에 입법 과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새 정책의 시행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확대’다. 이는 2006년 세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인데, 당시 언론들은 2006년 12월부터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15%에서 20%로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확대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12월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이 제도는 휴짓조각이 됐다. 국회 심의 절차를 미처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 소비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지난 1월 재경부가 발표한 ‘해외펀드 양도차익 3년간 비과세 혜택’도 비슷한 사례다. 3월부터 국외 주식펀드 비과세가 도입될 것으로 보도됐고, 상당수의 자금이 국외펀드로 몰리는 등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해 제도 시행이 연기됐다. 3월 또는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반대 의견이 많으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김낙회 재경부 조세정책과장은 “과거에는 행정 입법이 쉽게 국회를 통과했지만, 요즘엔 국회의 심의 기능 강화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부 정책의 경우 국회의 입법 과정까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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