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엘지카드 사장
박해춘(사진) 엘지카드 사장이 노조의 반발 속에서 우리은행장 후보로 확정됐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21일 오전 회의를 열어 박 사장을 행장 후보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은 노조의 저지로 무산되는 등 행장 후보 선임에 따른 진통이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박 행장 후보 선임 배경=추천위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박 후보가 탁월한 경영 능력과 다양한 금융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대비하고 우리은행을 도약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보험을 회생시키고, 2003년 5조6천억원의 순손실을 낸 엘지카드를 2년 연속 1조원대 수익을 올린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게 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또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장에는 추진력이 강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박 후보와 경쟁한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부행장과 최병길 금호생명 사장은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이었지만, 우리은행의 전신인 옛 한일은행(이 수석부행장)-상업은행(최 사장) 출신 간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발표 끝내 파행=김인기 추천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려 했으나, 노조원들이 “관치금융 반대, 박해춘 후보 사퇴”를 외치며 저지했다. 결국 추천위는 보도자료만을 냈다. 우리은행 고위 간부는 “관료 출신 인사에 이어 행장도 은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맡게 되면 은행 업무 파악에 시간이 걸려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우려했다.
박 후보는 이날 행장 후보 발표에 앞서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부 사람들이 은행 비전문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받았다”며 “파산 기관에서 보인 위기관리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엘지카드 사장으로 있으면서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며 “시스템이나 마케팅, 전략 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행장 관계는 어떻게 될까?=우리금융그룹 최고 경영진은 박병원 회장과 박 행장 두 축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 설정 등 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짜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호공사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그룹에 부회장이나 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예보는 그룹의 전략적 기능을 높이고 회장-행장 분리 뒤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회장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이주형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은 “대주주인 예보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검토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추가 작업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행장 후보 추천 결과 발표 기자회견장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원들이 회견장을 막아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