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우리은행 새 행장이 26일 취임식을 하기 위해 서울 명동 본점으로 들어가려 하자 노조원들이 입구에서 저지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우리은행장 바뀌던 날
26일 아침부터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바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사에서 열리는 우리은행 주주총회에 이사회 의장으로 참석해 새 행장을 선임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노조는 “박해춘 행장 반대”를 외치며 주총장을 봉쇄했다. 결국 황 행장은 장소를 옮겨 주총을 열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 후보와 이순우 부행장 내정자, 양원근 상임감사 내정자의 등기임원 선임안이 통과됐다. 3년 만에 황 전 행장은 회장과 은행장 감투 가운데 하나를 벗었다. 회장직은 30일 열리는 우리금융 주총 때 물러나게 된다.
황영기 전임행장
3년연속 막대수익 주역
주택대출 과당경쟁도 한몫 곧바로 열린 행장 이임식에서 황 전 행장은 임직원 800여명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정성스레 차려놓은 밥상을 먹기만 했을 뿐인데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노력으로 1등 은행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한테서 ‘행운의 열쇠’를 받았다. 황 전 행장은 재임 기간 공격적인 경영으로 3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3배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 과당 경쟁을 초래해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은 이미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 21일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임되자,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20여개 부서로부터 업무 브리핑을 받았다. 대부분 부임 뒤 보고를 받았던 전임 행장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파악했다.
박해춘 신임행장
노조 강력반발 험한 출발
사전 업무보고 ‘의욕’보여 박 행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장과 행장이 분리됐기 때문에 수석부행장을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수석부행장 자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업무를 챙기는 ‘친정 체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우리은행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조직만 정비해나가면 1등 은행이 될 수 있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행장은 이날 두 차례나 출근 저지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주총 참석을 위해 우리은행 본점 현관까지 왔으나 노조의 저지로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뒤 오후 1시25분쯤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본점 현관 앞에 섰고, 박 행장이 내렸다. 마호웅 위원장이 “돌아가십시오. 우리는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취임식도 사생결단으로 막겠습니다”라며 막아섰다. 박 행장은 “어려움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니 일단 들어가서 대화로 풀도록 합시다”라며 길을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마 위원장은 거부했다. 박 행장은 긴 한숨을 내 쉰 뒤, 5분 만에 되돌아갔다. ‘1등 은행’이라는 원대한 목표에 앞서 노조 설득이라는 숙제가 박 행장 앞에 놓여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3년연속 막대수익 주역
주택대출 과당경쟁도 한몫 곧바로 열린 행장 이임식에서 황 전 행장은 임직원 800여명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정성스레 차려놓은 밥상을 먹기만 했을 뿐인데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지속적인 노력으로 1등 은행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한테서 ‘행운의 열쇠’를 받았다. 황 전 행장은 재임 기간 공격적인 경영으로 3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우리금융지주 주가를 3배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 과당 경쟁을 초래해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박해춘 신임 우리은행장은 이미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 21일 우리은행장 후보로 선임되자, 다음날부터 이틀 동안 20여개 부서로부터 업무 브리핑을 받았다. 대부분 부임 뒤 보고를 받았던 전임 행장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주말에도 쉬지 않고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파악했다.
박해춘 신임행장
노조 강력반발 험한 출발
사전 업무보고 ‘의욕’보여 박 행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장과 행장이 분리됐기 때문에 수석부행장을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수석부행장 자리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직접 업무를 챙기는 ‘친정 체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우리은행은 역사가 있기 때문에 조직만 정비해나가면 1등 은행이 될 수 있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행장은 이날 두 차례나 출근 저지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주총 참석을 위해 우리은행 본점 현관까지 왔으나 노조의 저지로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뒤 오후 1시25분쯤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본점 현관 앞에 섰고, 박 행장이 내렸다. 마호웅 위원장이 “돌아가십시오. 우리는 행장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취임식도 사생결단으로 막겠습니다”라며 막아섰다. 박 행장은 “어려움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니 일단 들어가서 대화로 풀도록 합시다”라며 길을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마 위원장은 거부했다. 박 행장은 긴 한숨을 내 쉰 뒤, 5분 만에 되돌아갔다. ‘1등 은행’이라는 원대한 목표에 앞서 노조 설득이라는 숙제가 박 행장 앞에 놓여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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