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를 지속하고 있고, 내수도 소비와 투자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면서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바닥 다지는 내수=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를 보면, 산업생산은 저조했다. 산업생산은 1~2월 평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연평균 증가율 10.1%, 지난해 4분기 증가율 5.2%에 견주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자동차와 영상·음향·통신의 생산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반면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 기성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2월 소비재 판매액은 지난해 2월보다 12.4%나 증가해 2002년 8월(13.5%)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설 연휴에 따른 통계적 착시 현상을 피하기 위해 1~2월 평균으로 봐도 7.3%나 증가했다. 지난해 연평균(4.7%)보다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음식료품과 같은 비내구재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과 컴퓨터 같은 내구재 품목의 판매도 많이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1~2월 평균 13.9% 늘어나 지난해 연간 증가율(7.4%)의 두배에 육박했다. 건설 기성은 공공 부문의 공사 실적 호조로 1~2월 평균 9.4% 증가해 지난해 증가율(3.7%)을 크게 웃돌았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1월보다 0.1% 오르면서 3달만에 상승세로 반전했고,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고해주는 경기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1월보다 0.1% 상승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소비와 투자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산업생산 실적이 좋지 못한 것은 재고 조정 탓인데, 이것도 한두달 정도 진행된 뒤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3월20일까지 712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 말 내놓은 ‘2007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강세에 소비·투자도 호조 쌍끌이 조짐
미 경제·유가 등 외부변수 완충이 회복 열쇠 대외 환경은 불확실=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8일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 전망치를 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올해 연평균 성장률이 2~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탈 것으로 봤는데, 주택시장 영향으로 연말까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 들어 최근까지 평균 가격이 배럴당 55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 다시 6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다 수급 상황이 빠듯해졌고 재고도 많이 감소되고 있다”며 “2분기에는 50달러 후반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상승해 올 들어 평균 939원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해지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하반기 완만한 회복세전망=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다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지원 제이피모건 상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몇개월 동안 미국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규모와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경기 침체까지 갈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도 “지금은 하반기 경기 회복에 필요한 내실을 다지고 있는 국면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고용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는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의 회복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심리 회복과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실질 소득 증가가 시차를 두고 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에 경제가 조금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미 경제·유가 등 외부변수 완충이 회복 열쇠 대외 환경은 불확실=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8일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 전망치를 2%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의 올해 연평균 성장률이 2~2.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탈 것으로 봤는데, 주택시장 영향으로 연말까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 들어 최근까지 평균 가격이 배럴당 55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 다시 6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다 수급 상황이 빠듯해졌고 재고도 많이 감소되고 있다”며 “2분기에는 50달러 후반대에서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보다 상승해 올 들어 평균 939원대에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 약세 분위기가 강해지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하반기 완만한 회복세전망=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없다면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지원 제이피모건 상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몇개월 동안 미국 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규모와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경기 침체까지 갈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도 “지금은 하반기 경기 회복에 필요한 내실을 다지고 있는 국면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고용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기는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의 회복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심리 회복과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실질 소득 증가가 시차를 두고 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에 경제가 조금 좋아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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