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 닷새째인 30일 오후 협상장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굳은 표정으로 호텔을 나서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14개월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장 안팎이 양국의 벼랑끝 대치로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한동안 기자들과 접촉을 피했던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공보실 직원을 통해 "할 말이 있다"며 협상장 밖 검색대앞에서 기자들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한미FTA 협상은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협상은 진행중이며 양측이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두 마디만 전하고 바로 협상장 안으로 돌아갔다.
뜬금없는 발언에 뭔가 '희소식'을 기대했던 기자들은 의아해 했다. "왜 불렀나". "거 참, 기자들 불러놓고 이게 전부라니.." 기사거리에 목 말라하던 기자들의 허탈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오후 3시께 한 인터넷 언론매체가 한미 FTA관련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취소됐으며 미국측이 협상시한을 4월 2일까지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서울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임시 기자실에 모여있던 기자들은 또 다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결렬됐다고 써야 되는 것 아냐". "원래 토.일요일까지 포함하면 가능한 시나리오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해 40분후 청와대 김정섭 부대변인은 대외경제장관회의는 핵심 장관들만 참석해 예정대로 열리며 협상시한이 연장되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장관들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가 불참통보를 받는 바람에 더욱 혼란스러웠다"면서 "그러나 예정대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미국 협상단의 한명인 스티브 노튼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도 오후 4시께 기자실을 찾아와 "미국은 협상 연장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는 "오늘 밤 12시가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고 못을 박았다.
취재 기자들은 하루 종일 헛된 정보를 쫓느라 우왕좌왕했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청와대와 협상장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에 귀를 모은 채 협상 타결과 결렬 가능성을 둘러싼 극도의 긴장과 혼란을 겪었다.
한 고위 공무원은 "나름대로 알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협상 상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근영 경수현 기자 eva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 닷새째인 30일 오후 협상장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스티븐 노튼 미 USTR 대변인이 "오늘밤까지 협상을 끝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초 이날 오후에는 협상이 이틀이 연장됐다는 소문이 협상장 외부에서 흘러나와 취재진을 긴장시켰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 닷새째인 30일 오후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가 협상장인 남산 하얏트호텔으로 걸어나오며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 닷새째인 30일 오전 협상장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취재진들이 협상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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