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근태·천정배·임종인 의원과, 권오을·홍문표 등 한나라당 의원,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민생정치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있다. 참석 의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졸속 타결된다면 국익에 엄청난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현명한 결단을 내려 협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서울시청 앞 광장 시민 5천여명 한밤중 촛불집회
의원 47명 비상시국회의…한나라는 타결 독려
의원 47명 비상시국회의…한나라는 타결 독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막판 협상이 벌어진 30일, 서울과 광주·청주·전주·울산 등지에서 기자회견과 촛불집회가 잇따르는 등 협정 반대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치권의 반대 움직임도 더욱 격렬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밤 10시20분께 촛불집회를 마친 시위대 1500여명은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인 뒤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은 50개 중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막으려 했으나 저지선이 뚫려 차로를 내주게 되자 미국대사관과 정부종합청사 앞,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차벽을 치고 시위대와 대치했다. 이원재 범국본 상황실장은 “다음주부터는 협상안의 무효와 합의문 공개 투쟁을 강력하게 벌여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 비준 거부 투쟁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양국이 협정에 포함시킨 투자자-국가 제소 제도는 위헌”이라고 주장한 뒤 관련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단식농성 중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민생정치모임),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9명) 등 국회의원 47명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협상이 타결될 경우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및 국정조사 △협상 전반의 정보 공개 △국회 비준안 거부 투쟁 △비상시국회의 정례화 △참여의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 대표단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협정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 등 민주노동당 의원단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눈에는 보이지만,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국익이란 없다”며 “협상이 타결되면 협정 무효화 추진은 물론, 노 대통령 등 관련 책임자를 국민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원식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5명과 정성호 의원 등 민생정치모임 의원 3명, 정치권 외곽의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소속 인사들은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반대운동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익 우선’을 주장하면서도 협상 타결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협상이 타결되면 이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당의 의견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유기준 대변인도 “국제화 시대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며 “마지막까지 우리 협상단의 분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혜정 전종휘 이정훈 기자 zesty@hani.co.kr
30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청와대를 향해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시한을 눈앞에 둔 30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5천여명이 모여 ‘한-미 에프티에이 중단 촉구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열고 협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시한을 눈앞에 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왼쪽 맨 위) 들머리에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시민·농민·노동·사회단체 대표들이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0일 밤 서울광장에서 한미FTA협상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 FTA타결 시한을 앞둔 30일 늦은 밤 FTA협상 반대 시위대가 세종로를 지나 광화문사거리에서 양측 교통 통행을 막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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