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지막날인 1일 서울 하얏트호텔 협상장에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농업·자동차·섬유·금융 등 마지막 쟁점 분야의 실무협상과 장관급 협상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재정경제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기획예산처, 해양수산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일요일인 이날도 평일과 다름없이 출근해 타결 이후의 대책 발표 등을 준비했다. 정부는 협상 타결을 전제로 2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이후의 보완대책을 발표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재경부 등 산업별 대책마련
전날 미국 쪽에 최종 마지노선을 통보한 농업 분과는 이날 차관급 협상에서 최종 담판을 시도했다. 농업 분과 협상 수석대표인 민동석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오전 협상이 끝난 뒤 “대부분의 핵심 품목은 양국의 입장차가 너무 커 최후 순간까지 계속 협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며 “특히 미국의 강경한 입장이 조금도 바뀌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힘겨운 협상 상황을 전했다. 농업분야 미국 수석대표인 리처드 크라우더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은 연장된 협상 시한을 불과 7시간30분 앞둔 오후 5시30분께 한국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농업분야 협상 전권을 앤드루 스테판 농업분과장에게 넘기고 중요한 약속을 이유로 유럽으로 출국했다. 협상장 안팎에서는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의 출국을 두고 농업 분과 협상이 이미 큰 틀을 완성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최후까지 결말 예측불허
섬유 분과 협상 수석대표인 이재훈 산업자원부 차관은 “섬유 관세 철폐와 관세 협력 등에 관해 의미있을 만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쪽이 승용차 관세 즉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분과 협상도 미국 쪽이 수입관세 즉시 철폐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텨 난항을 겪었다. 협상 시한이 다가올수록 언론에 노출된 각 분과 협상 대표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한-미 에프티에이 보완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경부는 이날 김석동 제1차관 등 주요 간부들과 정책조정국, 경제협력국, 경제정책국 등 에프티에이 관련 부서 직원들이 대부분 출근했다. 재경부 정책조정국 관계자는 “협상 결과에 따라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시나리오별 ‘도상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쇠고기 등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 분야를 다루고 있는 농림부도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이 국내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자동차와 섬유 등을 맡고 있는 산자부도 협상 타결에 대비한 작업에 주력했다. 산자부는 협상이 타결되면 5일부터 업종별 간담회와 전국 순회 설명회 등을 통해 한-미 에프티에이가 개별 업종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종·업체에 대한 보완 대책을 알린다는 방침이다.
‘쇠고기 수입의무 없다’ 반박도
◇…뼈 있는 쇠고기 수입 문제가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남은 가운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에 대해 ‘광우병 통제국’ 등급을 확정해도 통상법상 우리가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 위생조건을 바꿔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한-미 에프티에이 대책위원회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하얏트호텔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송 변호사는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 협정을 보면, ‘수역사무국 기준을 이유로 회원국이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적정 보호 수준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따라서 5월에 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하면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바꿔야 한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같은 위생검역 협정 3조는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경우 더 높은 위생 기준을 설정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 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생기준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수헌 박현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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