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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FTA타결] 출판계 저작권 문제로 ‘술렁’

등록 2007-04-02 14:29수정 2007-04-02 18:00

저작권보호기간 50년→70년..2년 유예 후 시행
로열티 등 비용 추가..인문서적 출간 위축될 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돼 저작권보호기간이 현행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 연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출판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2일 협상 타결소식을 접한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저작권보호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나 로열티 추가부담 등으로 국내 출판계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정확한 피해액이 얼마나 될 지, 보호기간 연장에 해당하는 작가는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그동안 "미국문화자본의 로열티 회수 기간 확대를 위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한국의 출판 및 학문 발전을 저해한다"면서 "지적재산권은 해당 국가의 문화적 주권 문제이지 무역거래 조건이 될 수 없다"며 한미FTA 협상을 반대해왔다.

◇출판계 어떤 영향 받나 = 저작권보호기간이 연장되면 죽은 지 70년이 안된 작가들의 저작물을 출판할 때 추가 비용이 든다. 우리나라는 저작권을 작가 사후 50년까지 보호하지만 저작권을 사후 70년까지 보호하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다만 출판계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현재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작가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돼도 소급 적용받지 않는다. 자연인이나 법인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작가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장하는 이 제도는 국회 비준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따라서 올해 안에 국회 비준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09년 말이나 2010년부터 적용된다.

출판사들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되면 이른바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대가들의 작품보다 요즘 나오는 대중적인 작가에 더욱 주력하게 돼 인문학의 위기가 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학 분야에서는 세계문학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물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창비 관계자는 "출판산업구조가 열악한데다 우리 학계가 외국서적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보호기간 연장은 그로 인한 추가비용 소요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른 서적에 비해 고가인 인문사회 서적 출간은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음사 저작권부 관계자는 "한미 FTA 협상 결과가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에서 보호기간이 늘어나는 해외 작가군이 더욱 증가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타격이 없을 수는 없지만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며 "아무래도 더 대중적인 도서에 주력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출판단체들은 "1995년부터 국제적 수준의 저작권 소급 보호를 위해 연간 수백억 원의 로열티를 추가 부담했고 이로 인해 제작비용이 평균 7% 이상 증가했다"며 "보호기간 연장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학술서적의 출판은 고사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협회에 납본된 도서를 근거로 집계한 '2006 신간도서 출판통계'에 따르면 해외 번역서 발행 종수(1만482종)를 언어권별로 보면 일본(4천324종)에 이어 미국과 영국(3천574종)이 2위를 차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국내에서 발행되는 미국 번역서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지만 매년 미국과 영국이 내는 신간 발행 종수의 합계에서 영국은 20-30%를 차지할 뿐"이라고 추정했다.

여기에 신간이 아니라 이미 쇄를 거듭하며 출간 중인 미국 번역서를 포함하면 실제로 보호기간을 연장받는 미국 작가들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국저작권법학회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실시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 해외의 모든 저작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될 경우 국내 출판산업계는 향후 20년간 약 679억원의 저작권료를 추가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 별로 살펴보면 한국 57억원, 미국 81억원, 기타 국가 540억원 등이다. 연간으로는 약 34억원인데 이중 미국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의 비중은 약 12%로 연간 4억원 정도로 예상됐다.

연구보고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국내 저작활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로열티의 배분은 국내 저작권자보다 외국 저작권자에게 훨씬 더 많아 이 부문의 무역 불균형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다른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음악 25억원, 캐릭터 산업 1천407억 등으로 출판을 포함하면 총 2천111억원에 이른다. 이중 캐릭터 산업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전액 미국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어느 작가의 책 값 오르나 = 상당수 출판사들은 저작권보호기간이 연장되면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책 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문화관광부 저작권팀 관계자는 "예를 들어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는 현행 50년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이미 완료됐으므로 연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회 비준을 거쳐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에 사후 5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만이 저작권 연장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작가의 사망연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의 존 스타인벡(1902-1968), '자동차 도둑'의 윌리엄 포크너(1897-1962), '대지'의 펄 벅(1892-1973), '롤리타'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 등은 저작권보호기간 연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인으로는 '할렘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미국의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1902-1967), 농민과 자연을 노래한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등이 사후 70년간 저작권을 보호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국내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기간도 저작권법 개정을 거쳐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된다.

아울러 책에 끼워넣는 미술 도판과 인기만화 캐릭터 등도 같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적용받게 돼 이 역시 출판사의 비용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미술사나 미술비평을 다루는 책의 도판이나 고전 아동문학작품 등도 영향권에 든다.

공연 분야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요즘도 국내에서 심심치 않게 무대에 오르는 연극 '우리 읍내'의 극작가 손튼 와일더(1897-1975)도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되는 작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보호기간 연장으로 출판계의 어려움이 가중돼 정부를 상대로 지원책을 요구하고 출판계 내부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보호기간 연장에 해당하는 작가들의 명단을 작성해 회원사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떤 대책 있나 = 상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비친고죄가 적용된다. 2007년 6월 발효되는 개정 저작권법은 "영리ㆍ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시 비친고죄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작권을 침해했을 때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명시하는 법정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다. 이는 최소한의 손해 배상액을 법으로 미리 정해두는데 의의가 있다.

정부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저작물 이용자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저작권 옴부즈맨 신설을 추진하고 저작권을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사람에 대해 형량을 강화하는 등 관련 형벌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저작권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 및 제공하는 한편 가칭 저작권 기본법, 관리사업법, 산업 활성화법, 계약법 등 4개 법으로 저작권 법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작권 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저작권연구소를 설립하고 변리사와 유사한 성격의 저작권 분야 국가 공인 '저작권 관리사' 제도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협상에서 얻어낸 '2년 유예기간'은 미국이 다른나라와 FTA를 체결할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유예기간 만큼 추가 로열티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관광부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출판산업이 위축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우수 학술 및 교양도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비롯해 유통정보 표준화 사업 추진, '출판원고 은행' 개설 등 종합적인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선 기자 js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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