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럽연합 등 FTA 적극 행보
다자협상 도하라운드 비관론 확산
다자협상 도하라운드 비관론 확산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에프티에이 협상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이 3일 전했다.
개리 후프바우어 미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은 미국과의 에프티에이에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되고, 한국은 유럽 및 아시아 다른 국가들과의 에프티에이 체결 의지를 더욱 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타결된 2일, 타이 총리는 일본 지도자들과 두 나라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이날 미국과 말레이시아도 지난달 24일 중단된 에프티에이 협상을 이달 중순께 재개하기로 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는 정부조달정책에서 말레이 인종과 원주민 기업들을 우대하는 제도 등을 놓고 협상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2일 한-미 에프티에이가 타결된 데 대해 “다음달 시작될 예정인 한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에프티에이 협상 전망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런 합의는 국제 교역 자유화를 가속화하는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한국과의 에프티에이 협상안에 대한 유럽연합 27개국 회원국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중 승인을 받아 내달 1차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에프티에이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달 열릴 정상회의에서 2015년까지 ‘범대서양 자유무역지대(TAFTA)’를 창설하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이 투자와 교역을 늘리기 위해 산업표준, 규정 등을 통일해 새로운 무역지대를 창설하는 방안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월 제안한 이래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151개국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사이에서 도하라운드 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도 에프티에이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의회가 조지 부시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이 6월 말 종료되는 만큼, 그 때까지는 도하라운드 협상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도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이 타결을 계기로 양자간 에프티에이 추진 쪽으로 통상협상의 대세가 흘러가고, 농업 보조금 등 갖가지 문제가 뒤엉켜 활로가 보이지 않는 도하라운드 협상은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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