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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급물살 타는 ‘FTA’…한국 경제 휘청할라

등록 2007-04-05 20:10수정 2007-04-05 22:03

한국과 FTA 맺은 국가와 추진대상 국가들
한국과 FTA 맺은 국가와 추진대상 국가들

한-미 에프티에이(FTA) 협상이 끝나면서 한-중 에프티에이, 한-유럽연합(EU) 에프티에이 등 다른 에프티에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에 묻혀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이미 우리 정부는 10여개에 이르는 에프티에이를 추진중이다. 최근 한-미 협상 타결로 협상력이 높아진 점을 활용해 ‘내친김에’ 다른 에프티에이들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하나 우리 경제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칠 협상들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EU·중국등 10개국과 추진

EU와 5월 협상 개시, 중국도 이르면 내년께 =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의 다자협상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세계 각국에서 양자협상이 힘을 얻고 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담성’은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거대경제권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동시다발적인 에프티에이를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통상전략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국회를 통과해 발효된 에프티에이가 3개, 협상타결이 1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에프티에이가 5개(협상 중단 포함), 협상 준비 중인 나라(내지 지역)가 4개다.(표 참조) 이 중에는 이번에 타결된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의 주요 거대 경제권이 모두 들어있다. 유럽연합과의 본협상이 오는 5월 처음 시작되고, 중국은 산·관·학 1차 회의가 지난달에 열렸다. 중국과의 본협상도 이르면 내년께 시작될 수 있다. 일본은 협상이 중단돼 있는데, 최근 일본 쪽에서 협상재개에 더 적극적이다.

한-미 FTA 효과 검증부터

유례없는 고강도 개방전략……“신중해야”=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대 경제권들과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에프티에이를 추진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며 “유례없는 고강도 개방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에프티에이의 효과와 문제점, 대책 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뒤에 후속 에프티에이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자칫 에프티에이로 어려움을 겪을 취약계층에 대한 확인사살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도 “우리 사회가 한-미 에프티에이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소화할 때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큰 충격이 계속되면 산업피해 등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동시다발적 에프티에이는 애초 의도와 달리 우리 산업의 입지를 점점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준섭 민주노동당 통상정책연구원은 “서비스나 고부가가치 제조업은 미국에 밀리고 저부가가치제품은 중국에 밀리면서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분야는 계속 줄어드는 샌드위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과정이 10년, 20년에 걸쳐 이뤄진다면 대책을 세울 수 있겠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하면 그럴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스파게티볼 효과’ 우려도


‘스파게티볼 효과’도 우려된다. 이는 여러나라와 동시에 에프티에이를 맺게 되면 각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통관절차, 표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가게 돼 거래비용 절감이라는 애초 기대효과가 반감되는 현상을 말한다. 송영관 한미에프티에이체결지원위 수석전문관은 “원산지 규정 등에 관한 통일안을 만들어야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내 협상 인력의 부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 등을 제외한 일반 부처에는 통상전문 인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에프티에이 협상은 경제사회 전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거의 모든 부처가 참여해야 한다. 전문인력의 부재는 자연스럽게 협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b>협상결과 보고하는 김종훈</b> 김종훈 한-미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5일 통합신당모임 의원들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협상결과 보고하는 김종훈 김종훈 한-미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5일 통합신당모임 의원들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한-미FTA 보완대책도 졸속?

재경부, 알고도 WTO 보조금 규정 위반
우원식 의원 “무더기 제소 사태 올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보완 대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정부 스스로도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협상 졸속 추진 논란을 빚던 정부가 보완 대책마저 졸속으로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은 5일 “재정경제부가 마련한 한-미 에프티에이 보완대책이 시행되면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으로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무더기 제소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세계무역기구는 보조금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미국 역시 관련 규정 위반 가능성 때문에 무역조정지원제도(TAA)에 경영컨설팅 등 간접적 지원만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에 따른 국내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협정 발효 뒤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았거나 피해를 볼 것이 확실한 기업은 ‘무역조정 기업’으로 지정돼 단기 경영자금 융자, 경쟁력 확보 자금 융자, 경영·기술컨설팅 등을 지원받는다. 무역조정 기업은 협정 발효 여파로 매출이나 생산액이 25% 이상 감소한 기업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대책은 정부 스스로 세계무역기구 보조금 규정과 충돌한다고 판단했던 것들이다. 2005년 8월 ‘제조업 등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할 당시 재경부는 ‘정부가 무역조정기업에 대해 단기 경영안정자금을 지원(12조)’하거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금지원(14조)’, ‘조세 등의 특례를 제공(15조)’하는 경우는 세계무역기구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제조업 등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 검토의견서’를 산업자원부에 보낸 바 있다. 이 의견서에는 ‘특히 설비투자에 대한 자금지원은 위배 가능성이 크다’는 문구도 담겨 있다. 우 의원은 “정부 스스로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던 내용을 이번 보완대책에 그대로 담은 꼴”이라며 정부의 보완대책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박일영 통상기획과장은 “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규정과 충돌하는지는 좀 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만 밝혔다. 박노형 고려대 통상법연구센터 소장은 “경영자금 지원으로 인해 경쟁관계에 놓인 나라의 기업이 명백한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는 게 맞다”면서 “다만 정부의 대책이 단순 자금지원이라면 관련 규정과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미국도 찬반론 시끌
민주당 회의론 우세 속 언론들 대부분 환영

2005년 미국이 체결한 중미자유무역협정(카프타)은 하원 인준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 15명만의 지지를 얻어 단 2표차로 통과됐다. 자유무역의 확대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노동자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반대 논리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 행정부와 경제계에서 대체적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의회 비준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소수당이던 민주당은 현재 의회를 지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지난 중간선거 때 새로 하원에 진입한 민주당 초선의원 42명 가운데 절반 정도와, 초선 상원의원 대부분이 반자유무역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민주당 의원 가운데 100여명을 끌어들이면 비준이 확실할 것으로 보고, 민주당 지도부의 새 무역정책에 대해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강화된 노동·환경 정책 일부에 대해 양보한 뒤 초당적 협력을 얻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의 에프티에이 지지는 중간선거 때 자당 후보를 밀어준 지지층의 이반이라는 위험이 뒤따른다. 미국 시민단체인 퍼블릭시티즌 산하 글로벌트레이드워치를 이끌고 있는 로리 월러시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친자유무역 정책으로) 노선을 흐린다면, 그들이 늘린 의석을 다시 내놓기 위해 줄을 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행정부 역시 너무 많은 양보는 친공화당 지지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 묘안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상당수 반자유무역 강경파 의원들은 타협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신문은 한-미 에프티에이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과 소 축산업자들에 대한 더 많은 시장 개방에 안달이 난 의원들로부터 심각한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주요 언론들은 4일 일제히 한-미 에프티에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치 사설에서 “두 나라 합의는 다른 거대한 아시아의 무역 파트너인 일본이 시장 개방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사설에서 “한-미 에프티에이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결정적 교두보를 구축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협정으로 한-미 교역량이 약 2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 대부분은 미국에 유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한국의 미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 개방과 저작권 보호 강화로 할리우드가 협정의 최대 승자가 될 것”이라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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