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협상재개 계획 없어
오는 10일 한국을 방문하는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가 5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체결하자”고 밝히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뒤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에프티에이 특수’를 누리는 노 대통령이 원 총리 제안에 화답하면서 한-중 자유무역협정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는 일단 중국의 적극성을 반기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정책실의 핵심 관계자는 “한-미 협상 타결 뒤 중국이 경제무역의 협력 강화를 명분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하고, 동북공정 문제가 두 나라 사이에 갈등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원 총리가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청와대 안보실과 외교부 차원에서 별도의 검토 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대응이 두 나라 사이에 협상이 본격화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일단 노 대통령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참모는 “노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손익을 좀더 면밀히 연구하고 따져본 뒤 협상 개시를 선언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면서 “당분간 한-중 정상이 합의한 산·관·학 공동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상 체결로 촉발될 농업 부문의 피해 및 중국의 값싼 공산품 수입에 따른 손실과, 우리가 얻게 될 경제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아직 확실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핵심 참모는 “중국과 협정을 체결할 때 하더라도,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중국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지공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일 자유무역협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의 폭넓은 시장개방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한 논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제안한 시장개방 수준이 너무 낮아 2004년 중단했다”며 “당분간 속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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