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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 집값 거품 낀 곳으로 몰려갔다

등록 2007-04-09 18:57수정 2007-04-10 07:38

지난해 4대 은행 지점신설 강남 3구에 34곳-강북 20곳
‘버블세븐 지역’ 쏠림 심화…수익추구 과익 공공성 외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4단지를 재건축한 레이크팰리스 단지 안 상가에 지난달 신한은행 지점이 들어섰다. 상가 1층 10평(무인 자동화코너)과 2층 100평을 분양받은 신한은행은 분양가로만 150억원을 썼다. 신한은행과 경쟁했던 한 은행은 100억원을 제시했다가 포기했다고 한다. 보통 은행 지점을 개설하는 데 30억~40억원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지점을 4~5개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2호선 신천역에서 레이크팰리스까지 500m 정도의 길에는 국민·우리·신한·기업은행과 농협 지점 10여개가 늘어서 있다. 이 일대에는 앞으로 수십 개의 은행 지점들이 더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은행들의 지점 확장 경쟁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강남권과 분당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을 지점 개설 ‘0순위’로 꼽고 있다. 지난해 우리·신한·하나·국민 등 4대 시중은행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 3구에 모두 34개의 지점을 신설했다. 반면 이들 은행이 강북 14개구에 신설한 지점은 20개에 그쳤다. 특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강남에 신설한 지점 수가 강북의 2배나 됐다. 지난해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은행들이 주택 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때다.

이처럼 신규 지점 개설이 버블세블 지역에 편중되면서 은행 지점 수에서도 강·남북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남구(59) 서초구(30) 송파구(23) 분당(25)에선 지점 수가 20~60개에 이르지만, 중랑구(8) 성동구(9) 도봉구(8) 등 강북에선 10개에도 못 미친다. 강북 주민은 강남 주민에 견줘 은행을 가는 데 시간과 거리에서 불편과 비용 부담을 겪어야 한다.

국민은행의 지점 개설 업무 책임자는 “강남과 신도시 등 이른바 부유층 동네는 주택 담보대출 수요가 큰데다 신용카드나 투자 상품 판매도 많아 지점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쏠림 현상을 두고 은행들이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익성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설립이 엄격히 제한되는 독과점 기업인데다 공공성 때문에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은행들이 서민층 지역에 지점을 많이 개설하지 못한다면 저소득층의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사회연대은행과 손잡고 서민금융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특정 일부 지역에서의 과당 경쟁은, 중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든 탓에, 해당 지점장들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들 스스로 이젠 공공성을 점검해 봐야 한다”며 “출혈 경쟁은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6명은 ‘금융기관의 공익성 제고 촉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금융회사들이 중소사업자·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여신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 등의 내역을 공개하고, 정부는 공공성이 강한 금융회사에 지점 설치 등에서 우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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