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금융부문 협상 타결 주요내용
FTA ‘득실’ 깊이보기 ④ 금융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거의 개방돼있어 한-미 에프티에이로 추가 개방할 부분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경쟁에 노출되도록 더 진전시킨 부분이 많다. 국내에서 앞으로 1~2년내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한-미 에프티에이까지 발효되면 국내 금융산업은 또 한차례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개방·신금융서비스 허용 제한 됐지만
미 국내진출, 투자 안정성 보장-규제 풀려
1~2년내 자통법 맞물릴땐 또 한차례 격변 “이미 다 벗은 상태”…추가 개방 제한적 = 국내 금융시장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가 전면 자유화되고 은행·증권업 진출 관련 규제가 대부분 폐지되는 등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개방돼 있다. 우리 협상단도 “이렇게 많이 개방돼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국 쪽에서 산업은행, 우체국 보험, 자산운용업의 국경간 거래 등 파급력이 클 수 있는 몇몇 분야의 추가개방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우리쪽이 수용하지 않았다. 보험중개업과 금융부수서비스(보험자문, 기업구조조정자문)의 국경간 거래를 허용했지만 분야가 한정적이라 보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험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미국이 요구한 신금융서비스(국내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도 일단 국내에 지점을 설치해야 하고 국내법 허용 범위 안에서만 가능해 역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은행의 숙원 중 하나였던 금융정보의 국외위탁 처리는 2년 유예 뒤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국내 진출한 씨티은행이 마케팅이나 대출심사를 위해 고객들의 정보를 가공하려면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해야했지만, 2년 뒤에는 외국에 있는 씨티은행 본사나 계열사로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주재하는 외국계 은행의 업무 비용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국내 외국계 은행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개인정보 유출같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미국 주정부 조치 예외로 미국 진출 제한 = 에프티에이는 국내 금융기관에게 미국 시장 진출기회를 넓혀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약이 많다. 일단 미국과 한국의 금융기관은 규모나 경쟁력 측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조건이 아무리 같아도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여기에 미국 주정부 차원에서 개방을 제한해놓은 제도들은 모두 협정상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에 미국진출 때 주정부 차원의 걸림돌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면 앨라배마, 캔자스, 노스다코타, 와이오밍 같은 주에서는 외국은행이 진출할 때 지점(branch, agency) 형태로는 할 수 없고 현지법인 형태로만 해야 한다. 전체 협정의 개방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지만 미국 쪽이 완강히 버텨 이런 규제들을 없애지 못했다. 몇가지 얻어낸 부분도 있다. 뉴욕주에 진출한 우리 은행들이 자산의 90%를 미국내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규제를 없애기로 미국 쪽과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증권사의 직원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상호인정하는 방안을 양국 협회에서 협의하기로 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금융시장, 무한경쟁 가속화 = 협정의 간접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 분야에 비유하자면 ‘관세’는 이미 낮은 상태여서 별 변화가 없지만 ‘비관세장벽’이 많이 제거된 것과 비슷하다.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금융기관이나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금융기관들이 영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간 정기 협의 채널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로 한 것도 외국계 금융기관의 민원이 반영된 것이다. 앞으로는 금감원이 행정지도를 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 이태열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실장은 “이번에 외국계 보험사들은 기존의 어떤 영역을 뺏기보다는 한국 내 영업활동의 불편함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둔 것 같다”며 “이전보다 외국계가 움직이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자체가 주는 후광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금융협상을 맡았던 문홍성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미국계 금융기관이 볼 때 에프티에이 체결 국가는 투자의 안정성이 보장됐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진출할 때 훨씬 부담을 덜 느낀다”며 “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진출이 더 활발해져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의 임의적인 규제가 없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며 “경쟁이 심화되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졸속 협상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회원들이 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학계 및 시민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의원들은 이날 정부에 협정문 등의 공개를 촉구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국민회의(가칭)’를 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상시국회의 “원로·시민들과 손잡자” ‘반FTA국민회의’ 구성키로
“협상문 모두 공개를” 촉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55명 의원들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9일 회의를 열고, 시민사회와 원로 인사, 전문가 그룹과 함께 하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반대하는 국민회의(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는 조만간 진보적인 성향의 원로, 시민사회 대표들과 만나 향후 범국민적인 반대운동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비상시국회의는 리영희 전 한양대 명예교수, 조순 전 서울시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에게 참여를 권유하기로 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또 국정조사 개시 요건이 되는 75명(재적 의원의 4분의 1 이상)의 의원이 모이면 곧바로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민생정치 모임의 김태홍 의원은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날 수록 비상시국회의에 합류하는 의원 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정부에 협상 관련 문서를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가 공개를 요구한 문서는 △협상타결 원문 및 부속문서 △각 분야별 용역보고서 △에프티에이와 병행해서 진행된 협상관련 문서 등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타결문 원문을 일부 찬성 의원에게만 공개했다”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심 의원은 지난 5일 투자자-국가소송제와 관련해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재부 담당 교섭관에게 영문본 해당 부분 열람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송영길 의원은 이날 저녁 열린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미 에프티에이 타결 영어 원문을 봤다”며 관련 내용을 방송에서 자세히 인용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방송토론 사전 준비과정에서 김종훈 대표가 갖고 있는 것을 잠깐 봤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대표도 지난 6일 국회 한-미 에프티에이특위에서 “송영길 의원이 토론회에 나간다며 특별히 열람을 요청해 관련된 6줄만 보여줬다”고 답변했다. 김태규 권태호 기자 dokbul@hani.co.kr
미국은 이미 협정문 검증작업중
무역대표부, 민간자문위·의회에 초안 일부 공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내용을 한국에서는 정부가 독점하는 반면에 미국 조야는 규정에 따라 착실히 검토 및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협상 타결 직후 30개 민간자문위와 의회에 타결된 협상 초안의 관련 부분을 보내, 검토 및 검증작업을 진행중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한국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의회보좌관들과의 오찬 연설에서 “의회에 협상 초안의 절반 이상을 제출했고, 한달 안에 의회에 공식 검토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산업계와 농업부문의 30개 민간자문위원회에도 협상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협정문 전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의회와 민간자문위에 각각 관심분야에 해당되는 내용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통상 소식통도 “미 무역대표부는 의회의 해당 상임위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각 업계 자문위에 해당 분야에 대한 일부 문안과 협상 내용들에 설명하고 있다”며 “협상 초안 전문은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전문 주간 <유에스인사이드 트레이드>는 6일 “무역대표부가 타결된 협정안의 일부를 지난 주중에 의회 쪽에 제공했지만, 최종문안 전체를 언제 넘겨줄 지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의회 보좌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협상 기간에도 민간 자문위원회와 계속 협의하며 자문을 구해오고 있다. 자문위는 협정 타결 직후 협정의 세부사항을 전달받아 30일동안 분야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한다. 무역대표부는 이 기간에 자문위 등의 조언들을 받아들여 일부 세부사항에 대해 변경이 필요하다면, 한국과 협정문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합의하면 일부 문안수정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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