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국가예산에서 농림예산 비중 추이
FTA ‘득실’ 깊이보기 ⑥ 농·축산업(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농업 때리기’가 한창이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개방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들을 달래려고 김영삼 정부 이후 과도하게 농업에 ‘시혜성 자금’을 퍼부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로 이런 행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업 전문가들과 농업계 인사들은 “퍼붓기 주장은 농업정책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얘기거나, 아니면 의도적인 농업 무시 논리”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농업정책과 관련한 쟁점을 짚어본다.
퍼주기? 도리어 예산비중은 줄었다
지원 대부분 기반조성…직접 소득보조는 ‘쥐꼬리’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명목으로 1992년~2003년까지 87조원(김영삼 정부 42조원, 김대중 정부 45조원)을 투자했다. 노무현 정부도 지난 2003년 11월 농업·농촌종합대책 재원으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119조원을 투·융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업부문에 투입됐거나 앞으로 쓰일 이 재원은 새로운 자금을 끌어온 게 아니고, 거의 대부분 기존의 농업예산을 더해 놓은 수치에 불과하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추가예산을 농업에 대규모로 투입해 퍼붓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50년전부터 농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개방에 대비했지만, 우리는 이미 개방이 된 이후에 겨우 10여년 동안 많지도 않은 액수를 급하게 투자하거나 빌려줬다”며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나라 농업예산의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동안 투·융자사업을 통해 논 경지정리 등 인프라 개선과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확보 등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며 “농업의 특성상 구조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더딜 수 밖에 없는 측면을 이해해야지, 별 성과도 없이 돈만 낭비했다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진근 충북대 농경제학과 교수도 “농업 예산이 주로 길닦기, 다리 놓기, 농지 정리 등 기반조성 사업에 들어갔고, 김영삼 정부 때 42조원 중 농민에 대한 직접적 소득보조는 3조원 밖에 없었다”며 “시혜성 자금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속좁은 퍼붓기 논란으로 도시민과 농민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은 피해가 분명한 만큼, 지금은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농민에 대한 직접 소득보전 규모가 적다보니 농민들은 정부가 “도대체 뭘 지원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정부 농업정책이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영농규모화 사업 등에 치중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영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미국과 유럽의 100분의 1도 안되는데 영농규모화 사업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벤처? 도대체 몇명이나 성공하겠나
현실무시…선진국도 보조금으로 경쟁력 유지 “벤처농업해서 성공하고 경쟁력 키우라는 얘기는 아이들한테 서울대 들어가라는 얘기와 똑같다. 도대체 몇명이나 성공하겠는가?”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극소수 성공사례에 기댄 벤처, 시이오 농업론 등 시장논리에 입각한 농업 개혁 담론은 농촌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선진국형의 보조금 정책이 우선되지 않으면 경쟁력 없는 95%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 과장도 “미국식 기업형 농업이 아니라 우리 특색에 맞는 가족농, 친환경 농업을 적극 뒷받침하는데 정책의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농업 선진국들의 경쟁력 유지 기반도 막대한 보조금이다. 특히 미국은 △마케팅대출 △고정직접지불제 △경기대응 소득보조 등 3중의 농업보조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농가소득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5.2%에서 2005년 33.2%, 2006년 33.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미국의 쌀 농가에서는 전체 소득의 70.4%인 6만213달러가 정부 보조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2~2005년 4년간 연평균 7000억원을 직접지불금으로 지원했다. 이는 연간 농업소득 총액의 4.6%에 불과하다. 전체 직불금의 98.7%를 차지하는 쌀 보조금의 경우도 쌀소득의 12.4%에 그쳤다. 성진근 교수는 “소득보조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농촌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지원 대부분 기반조성…직접 소득보조는 ‘쥐꼬리’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명목으로 1992년~2003년까지 87조원(김영삼 정부 42조원, 김대중 정부 45조원)을 투자했다. 노무현 정부도 지난 2003년 11월 농업·농촌종합대책 재원으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119조원을 투·융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업부문에 투입됐거나 앞으로 쓰일 이 재원은 새로운 자금을 끌어온 게 아니고, 거의 대부분 기존의 농업예산을 더해 놓은 수치에 불과하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들뿐 아니라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추가예산을 농업에 대규모로 투입해 퍼붓기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50년전부터 농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구조조정을 완성하고 개방에 대비했지만, 우리는 이미 개방이 된 이후에 겨우 10여년 동안 많지도 않은 액수를 급하게 투자하거나 빌려줬다”며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나라 농업예산의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동안 투·융자사업을 통해 논 경지정리 등 인프라 개선과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확보 등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며 “농업의 특성상 구조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더딜 수 밖에 없는 측면을 이해해야지, 별 성과도 없이 돈만 낭비했다는 식의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성진근 충북대 농경제학과 교수도 “농업 예산이 주로 길닦기, 다리 놓기, 농지 정리 등 기반조성 사업에 들어갔고, 김영삼 정부 때 42조원 중 농민에 대한 직접적 소득보조는 3조원 밖에 없었다”며 “시혜성 자금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속좁은 퍼붓기 논란으로 도시민과 농민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업은 피해가 분명한 만큼, 지금은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농민에 대한 직접 소득보전 규모가 적다보니 농민들은 정부가 “도대체 뭘 지원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정부 농업정책이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영농규모화 사업 등에 치중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영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이 미국과 유럽의 100분의 1도 안되는데 영농규모화 사업에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벤처? 도대체 몇명이나 성공하겠나
현실무시…선진국도 보조금으로 경쟁력 유지 “벤처농업해서 성공하고 경쟁력 키우라는 얘기는 아이들한테 서울대 들어가라는 얘기와 똑같다. 도대체 몇명이나 성공하겠는가?”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극소수 성공사례에 기댄 벤처, 시이오 농업론 등 시장논리에 입각한 농업 개혁 담론은 농촌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선진국형의 보조금 정책이 우선되지 않으면 경쟁력 없는 95%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 과장도 “미국식 기업형 농업이 아니라 우리 특색에 맞는 가족농, 친환경 농업을 적극 뒷받침하는데 정책의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농업 선진국들의 경쟁력 유지 기반도 막대한 보조금이다. 특히 미국은 △마케팅대출 △고정직접지불제 △경기대응 소득보조 등 3중의 농업보조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농가소득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5.2%에서 2005년 33.2%, 2006년 33.5%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미국의 쌀 농가에서는 전체 소득의 70.4%인 6만213달러가 정부 보조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2~2005년 4년간 연평균 7000억원을 직접지불금으로 지원했다. 이는 연간 농업소득 총액의 4.6%에 불과하다. 전체 직불금의 98.7%를 차지하는 쌀 보조금의 경우도 쌀소득의 12.4%에 그쳤다. 성진근 교수는 “소득보조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농촌복지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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