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쪽 수석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참석해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한국 “수용 못해”…이상수 장관 “노동시장 미국이 더 후진적”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 미국 쪽 수석대표가 양국이 타결한 합의문에 노동 등 일부 조항을 추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리 정부 쪽에서는 이를 사실상 재협상 요구로 보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커틀러 대표는 11일(현지시각)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노동과 다른 조항 등 자유무역협정의 새로운 기준에 대해 의회와 행정부가 협의하고 있으며, 이 사실을 한국 쪽에도 알렸다”고 말했다. 커틀러 대표는 토론회 뒤 재협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노동 조항이나 다른 조항들에 대해 좀더 광범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런 협의들이 끝나면 향후 방안을 한국 쪽과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의회와 행정부 사이 협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합의사항 중 일부 수정 또는 추가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국 쪽에 이에 따른 협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재협상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2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나와, “미국이 협상을 타결해 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고 (문제를) 제기해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미국과 한국의 노동시장을 보면 오히려 미국이 더 후진적인 분야가 많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여덟 가지 중 미국은 두 가지밖에 비준을 안 했지만 우리는 네 가지를 했다. 미국도 노동시장에 문제 있는 것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 전체회의에서 “타결된 협정문에는 재협상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들어있지 않다”며 “항목 하나 하나가 타협의 산물이어서 내용에 변화를 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도 “협상 타결 뒤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고 미국 정부에도 확실하게 이를 전달했다”며 “추가협상도 결국 재협상이나 다름없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송창석 김규원 김수헌 기자 number3@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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