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구글의 웹마스터 데니스 황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갤러리 정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DNA 이중나선 발견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3년 4월23일에 선보인 구글 로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 온 구글 웹마스터 데니스 황
세계 최대 검색엔진의 ‘디자인 사령관’은 끊임없이 ‘겸손’을 되풀이했다. 가장 보편적이라고 자부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쓸모없고 개별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정보의 바다, 웹이 지녀야 할 자질처럼 들린다.
“2003년 연말을 맞아 눈사람을 소재로 해 누구나 재밌도록 만화 형식의 로고를 꾸몄어요. 그런데도 항의 메일이 들어오더라고요. 자기 나라에는 눈이 안 온다며, (세계 사용자를 위한 구글이 그럴 수 있냐고) 우려를 많이 표시했어요. 세상이 얼마나 큰지….”
실수가 이어질 때마다 그는 “더 겸손해지고 각각의 역사, 문화, 전통을 더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더더욱 “검색 정보가 주관적이라면 검색의 생명을 잃는 것”이라고 못을 박는다.
구글 입사 7년차 데니스 황(29·한국이름 황정목)은 세계 100여 가지 구글 웹페이지를 관리하며 회사 정보, 검색 등의 콘텐츠를 채우는 ‘인터내셔널 웹마스터’다. 하지만 전 세계 ‘구글인’은 정작 그를 로고 디자이너로 떠받든다. 회사 창립자 래리와 세르게이가 “사람 없으니 해보라”고 해 혼자 떠맡게 된 가욋일이 이젠 아예 구글의 으뜸 상품이 됐다.
한해 50~60차례 로고 탈바꿈
실수할 때마다 ‘너른 세계’ 배워
“한국적 스타일”이 최고 칭찬
한국 전속웹팀 채용계획 밝혀 지난 2001년 8월15일에는 한국의 이미지를 구글 로고에 입혀 전 세계가 함께 광복절을 기념하도록 했다. 한해 50~60차례 구글 로고를 새단장하는 일은 황씨만의 몫이다. 보통 기업들이 이미지(CI)를 고정시켜 놓는 것과 달리 구글은 로고를 자주 바꾸는 데서 차별화를 꾀한다. 이를 두고 황씨는 “처음엔 창업자들이 페스티벌에 간다는 의미를 로고 디자인에 살짝 표시한 게 시초”였지만 “로고가 고정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자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지기’에겐 유혹이 따르는 법일까. “영화 개봉에 맞춰 홍보용 로고를 꾸며달라거나 돈을 더 줄 테니 검색 결과에서 유리하도록 해달라는 주문이 많지만, 큰돈을 잃는대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 “인도도 8·15가 독립기념일인데 10억 인구를 무시하냐는 항의 메일을 수도 없이 받았어요. 일본에선 해킹당했다고 난리였죠. 그래도 한국인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광복절 로고를) 뿌듯하게 올렸습니다.”
그는 “너의 로고는 한국적 스타일을 풍긴다”는 백인 상사의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꼽는다. 미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한국에서 생활했을 뿐이다. “사고가 형성될 때였죠. 공책엔 온통 낙서투성이여서 많이 맞기도 했고 줄 세운 뒤 ‘이빨 물어!’ 하는 호통도 들었지만 더 좋을 수 없는 시절이었어요, 하하.” 그가 적극 껴안은 두 문화는 세계와 소통하는 재산이 됐다.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화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씨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만 전속 웹마스터팀을 꾸릴 계획”이라며 국내 채용 계획도 함께 밝혔다. 그는 “이력서만으로 사람을 보지 않는다. 할 줄 아는 것보다 배우고 활용할 줄 아는 이를 찾는다”고 조언했다.
쉴새 없이 큰 웃음을 터뜨리는 황씨는 “뭉크의 탄생일을 기념한 로고가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럽다”며 “가족 등 뭉크의 저작권을 관할하는 세 곳의 단체에 새벽 4시에도 전화해 일일이 허락을 받아 정말 어렵게 준비한 것”이었다며 또 한바탕 웃었다. 웃음은 고통 없이 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실수할 때마다 ‘너른 세계’ 배워
“한국적 스타일”이 최고 칭찬
한국 전속웹팀 채용계획 밝혀 지난 2001년 8월15일에는 한국의 이미지를 구글 로고에 입혀 전 세계가 함께 광복절을 기념하도록 했다. 한해 50~60차례 구글 로고를 새단장하는 일은 황씨만의 몫이다. 보통 기업들이 이미지(CI)를 고정시켜 놓는 것과 달리 구글은 로고를 자주 바꾸는 데서 차별화를 꾀한다. 이를 두고 황씨는 “처음엔 창업자들이 페스티벌에 간다는 의미를 로고 디자인에 살짝 표시한 게 시초”였지만 “로고가 고정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자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데니스 황이 디자인한 로고들.
쉴새 없이 큰 웃음을 터뜨리는 황씨는 “뭉크의 탄생일을 기념한 로고가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럽다”며 “가족 등 뭉크의 저작권을 관할하는 세 곳의 단체에 새벽 4시에도 전화해 일일이 허락을 받아 정말 어렵게 준비한 것”이었다며 또 한바탕 웃었다. 웃음은 고통 없이 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