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명 계좌서…고객 항의 받고서야 알아
국내 최대 카드회사인 엘지카드가 고객 600여명의 계좌에서 카드 대금을 이중으로 인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엘지카드는 자동이체 전산업무 실수로 일어난 이 사고를 파악조차 못하다가 고객의 신고로 뒤늦게 알게 됐다.
엘지카드는 지난 16일 자동이체 고객 600여명의 계좌에서 3월 카드 사용 대금을 인출한 뒤 다음날 같은 금액을 한번 더 인출했다. 이렇게 고객 통장에서 무단 인출된 돈은 모두 2억3000만원에 이른다.
엘지카드는 이를 알지 못하다가 18일 오전부터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자 사실을 확인하고 고객들에게 이중 인출금액과 이자를 환불했다. 엘지카드 쪽은 “자동이체의 경우 입금이 됐는지를 최종 확인한 뒤 입금이 안 된 고객에 대해 다시 청구해야 하는데, 입금확인이 안된 상황에서 전산 실수로 일부 고객에게 다시 청구됐다”고 해명했다.
엘지카드는 고객들한테 일일이 사과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의 경우 미리 전화공지를 받지 못해 고객센터에 항의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카드대금 이중 인출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만 지진으로 인한 전산망 오류로 한국씨티은행에서 2천명의 카드 대금이 이중 인출됐고, 지난해 3월 삼성카드에서도 이중 인출 사고가 발생했다. 2004년 5월 비씨카드(국민은행), 같은 해 9월 외환은행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새 전산시스템 도입에 따른 착오였던 외환은행과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였던 한국씨티은행을 빼면, 나머지 사고는 모두 직원의 전산 조작 실수로 발생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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