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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코기도 광우병 위험” 정부 인정
3년반만에 수입재개 ‘안전판’ 급해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엑스레이검사만
3년반만에 수입재개 ‘안전판’ 급해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엑스레이검사만
3년반 만에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됐지만, 정부가 그동안 미국 쇠고기 가운데 ‘30개월 미만 살코기’의 광우병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국민들에게는 다르게 얘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한 미국 쇠고기의 수입허용 기준과 검역 절차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23일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으로부터 입수한 농림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참석 결과보고’ 등을 보면, 정부는 지난 2005년 5월 이 기구의 73차 총회에 대표단을 보내 “소의 살코기와 혈액제품에 광우병 원인체가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안전제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광우병 위험 관련 국제기준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일본·대만 등과 함께 공동대응하면서 반대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로부터 7개월 뒤인 2005년 12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에 한정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정부는 살코기에도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국내 시민단체의 주장을 ‘괴담’이라며 부인해 왔다.
정부는 이 밖에도 광우병 소의 나이 판정 등에서도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광우병 소의 나이 판정과 관련해, 미국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 정부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제74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에) 전국 규모의 개체 식별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을 지닌 8살 이상 소 무리를 8살 미만과 구별하는 것은 실효가 없고, 소의 이빨로는 나이를 판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빨 판정을 통해 소 나이를 구별할 수 있다며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일본처럼 철저한 전수 검사를 거쳐 광우병 위험으로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아침 8시2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미국 냉동 쇠고기 4.5t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영종도 축산물 검역창고로 옮겨졌다. 미국 크릭스톤팜스사가 수출하고 국내 네르프사가 수입했다. 검역은 하루이틀 뒤 미국에서 보내온 서류와 이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라는 조건에 맞는지 가리는 엑스레이 검사, 50여 가지 잔류성분 검사 등을 거쳐 1주일 남짓 진행된다. 검사 결과 뼛조각이 발견돼도 지난달 초 농업 고위급 협상에서 우리 쪽이 제안한 대로 해당 상자만 반송된다. 전체 상자에서 뼛조각이 나오지 않는 한, 2003년 12월 광우병 발병으로 중단된 미국 쇠고기의 국내 시장 진입이 3년5개월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은 서류 검사를 원칙으로 하되 모든 쇠고기 상자를 육안으로 직접 검사해 서류 누락·오류가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처를 내리고, 수출물량을 선적한 회사의 도축장 등 작업장 전체를 수입금지 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
강기갑 의원은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보고자료 등을 분석해보니 정부가 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서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협상 타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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