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행에 따른 농업부문 영향
학계·시민단체 ‘농업피해 축소’ 반발
국책연구기관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 뒤 성장률과 고용 증대 효과를 과대포장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과는 달리, 가장 민감한 분야인 농업 부문의 피해액 전망치는 실제보다 오히려 축소하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국내 농업생산액이 5년, 10년, 15년차에서 4465억원, 8958억원, 1조361억원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협정 이행 뒤 15년차에 농업부문 생산 감소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07% 수준이다.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늘어나 국산 농산물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농경연은 협정 이행 뒤 5년차에 분석대상 농림축산물의 수입액이 21.4% 가량 늘어 70억4천달러, 10년차에 83억1천만달러, 15년차에는 88억2천만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미국산은 5년차에 27억5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산의 39% 가량을 차지한 뒤 15년차에는 39억달러로 늘어 44.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국내 농업 부문의 생산감소를 유발한다. 이 가운데서도 축산업의 생산 감소액이 15년 동안 연평균 4664억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 감소액(연평균 6698억원)의 70%에 이른다. 품목별로는 쇠고기·돼지고기가 각각 연평균 1811억원과 1526억원씩 생산이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추정한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1~5년차엔 연평균 365억원, 6~10년차엔 2009억원, 11~15년차엔 3058억원 등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학계·시민단체와 축산업계 쪽에선 이런 분석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 발표치대로라면, 쇠고기 축산 농가 6만가구의 연간 가구당 피해액은 약 300만원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달 600㎏ 암소 한 마리 평균값인 492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전체 농업부문 연평균 피해 추정액도 연간 농업 생산액 36조원의 1~2%밖에 안 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정부는 이 정도 피해 가지고 농민들이 항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냐”며 “수치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농업 이외 다른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효과, 가공·유통 부문 등에서의 영향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수입 식품 안전성과 관련된 위험 비용, 농민들의 후계 인력 단절 영향 등이 배제돼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피해 예상 규모가 의외로 적다는 지적에 대해, 오세익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우 시장은 수입육 시장과 차별화되어 있어, 현재 한우 시장 규모가 3조1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 정도인 3천억 정도의 피해 예상액은 합리적 분석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 부원장은 “국내 소비자들이 보다 싼값에 수입 농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소비자 혜택이 연평균 372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우성 김진철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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