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산지 평균 가격
암송아지 산지값 올 27% 곤두박질
“2~3년뒤 목돈 기대 어렵다…팔고보자”
“2~3년뒤 목돈 기대 어렵다…팔고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도 되기 전에 축산 농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이후 산지 한우 값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까지 곧 밀려들 것을 우려해 소를 투매하고 있다.
3일 농협의 집계를 보면, 한우 암송아지 산지 가격은 2일 현재 전국 평균 210만1천원으로 1월 287만8천원에 견줘 27%나 내렸다. 3월까지만 해도 272만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던 암송아지 값은, 4월2일 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보여 한달 사이 20%나 떨어졌다. 600㎏짜리 큰 암소도 4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2일 현재 1월에 견져 13% 떨어진 476만7천원을 기록했다.
산지 소값의 폭락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축산 농가의 불안 심리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의 축산농 심성구(54)씨는 “농민들이 소를 팔아야 한다고 난리”라며 “2년 정도 키우면 거세해 쇠고기용으로 내놓는데, 최근에는 거세하지도 않은 번식용 소까지 너도 나도 출하해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에서 13년 동안 소를 키워온 장기수(49)씨도 “예전에는 어미 소 두 마리를 팔아야 송아지 세 마리를 샀는데, 지금은 두 마리를 팔면 네 마리를 살 수 있을 만큼 송아지 값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에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수입(4만6024t)이 지난해 1분기에 견줘 29% 늘어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쪽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 한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정부는 캐나다산 쇠고기도 수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것이라고 피터 매케이 캐나다 외무장관에게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일 보도했다. 농림부는 이달 말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판정되면, 뼈 있는 쇠고기 수입까지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가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직전이었던 2002년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량은 각각 22만7천여t과 1만6천여t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간 오스트레일리아산 쇠고기 수입량이 18만여t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국내 축산 농가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으로 내다본다. 농협 축산유통기획팀의 김성호 차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올 가능성 때문에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팽배하다 보니 일부 산지 시장에서는 가격 형성조차 되지 않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지 소값의 폭락세와는 달리 소비자 가격의 하락 폭은 미미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집계를 보면, 한우 갈비 1등급의 평균 소비자 가격이 1월보다 3.7% 내리는 데 그쳤다. 장기선 한우협회 사무국장은 “쇠고기 유통이 서너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다 연동가격제가 반영되지 않고, 유통 마진율도 4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철 기자, 홍성 남원 횡성/손규성 박임근 김종화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