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장 개척보다 기존 제휴선 빼앗기 우려
롯데그룹의 여행업 본격 진출 선언에 여행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신중목)는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에게 “엄청난 충격이 몰려오고 있는데 중앙회는 무엇하고 있느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관광업계가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에서 (여행업에) 진출해도 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여행사들로만 구성된 한국일반여행업협회도 롯데의 여행업 진출에 대해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 계열사로 온라인 유통업을 하는 롯데닷컴은 일본 여행사 제이티비(JTB)와 합작으로 ‘롯데 제이티비’라는 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7월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롯데닷컴을 통해 온라인 여행업만 운영해왔다. 신격호 회장의 매제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관광은 롯데그룹과 지분 관계가 없다.
기존 여행사들이 롯데의 여행업 진출에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는, 롯데가 독자적으로 새로운 여행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는 게 아니라 일본 여행사인 제이티비를 끌어들여 국내 중소 여행사들의 영업 기반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12년 출범한 제이티비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3천억엔(약 12조원)에 이르는 일본 최대 여행사다. 이 회사는 그동안 한국 시장 진출은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며, 국내 중소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어 일본의 한국 관광객들을 모집해왔다. 제이티비가 롯데와 손잡으면, 제이티비로부터 인바운드(외국 관광객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것) 사업을 해온 기존 여행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저렴한 상품을 내놓아 영세한 국내 여행사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롯데닷컴은 “아웃바운드(국내 여행객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 쪽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일 뿐, 중소업체들의 몫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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