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장 “경영 전념할것” 2선후퇴 부인
국외 진출사업 등 당분간 중단 불가피
국외 진출사업 등 당분간 중단 불가피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충격에 빠진 한화그룹은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김 회장 구속영장이 발부된 11일 밤늦게까지 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비상대기하던 부회장단과 고위급 임원들은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그룹의 ‘얼굴’인 총수가 폭력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한화 쪽은 침통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일형 홍보 담당 부사장은 “‘비상 경영 기구’ 가동 같은 일은 없다”고 말했지만, 회의에선 비상 체제, 악화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부사장은 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땅에 떨어진 직원 사기와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한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쪽은 총수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당장 일상적 경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갖추었다. 올해 들어 김 회장이 5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았지만 계열사별로 실무 대표이사들이 따로 있다. 올해 추진해야 할 중요 사안에 대해선 이미 올해 초 김 회장의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고, 필요할 경우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이 김 회장과 옥중 면담을 통해 상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10여건에 이르는 대규모의 국외 진출 사업이나 인수·합병 사업은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낙 한화가 김 회장 1인 중심 체제로 운영되어 왔고, 김 회장의 국외 인맥 등이 사업 추진에서 큰 몫을 해왔기 때문이다. 또 김 회장의 빈자리를 메워 그룹의 얼굴 노릇을 할 2인자도 없는 상황이다. 사업부문별로 꾸려진 부회장단 4명은 신은철 부회장(대한생명 대표이사) 이외엔 사실상 실무선에서 후퇴해 회장의 ‘조언자’ 구실 정도를 해 왔다. 구조본 대신 경영기획실을 설치했다지만, 부사장급의 금춘수 실장을 ‘실세’라 부르기엔 힘들다.
당장 김 회장의 지배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사실상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한화의 경우 김 회장 개인 지분이 22.64%, 세 아들의 지분이 7.7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5%를 넘는다. 여기에 자사주 7.84%까지 합치면 우호 지분이 40%가 넘기 때문에 경영 공백을 노린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에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들 외에는 ㈜한화의 지분을 5% 이상 가지고 있는 주주도 없다.
안정된 지분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폭력 사건’으로 구속된 총수가 계속 회장직을 유지하는 데 대해 여론이 악화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으로선 회장 거취 여부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큰아들은 아직 군 복무 중이며, 둘째아들은 이번 사건의 장본인이고, 셋째는 아직 미성년자여서, 아들들에게 회장직이 승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얼굴’을 잃어버린 한화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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