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엘이 새로운 매체로 퍼지는 데에는 기존 방송의 규제를 피하려는 업체들의 의도가 깔려있다. 사진은 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의 힙합 의류를 입은 게임 캐릭터.
게임·만화·연극 등 ‘간접광고’ 무차별 침투
방송만 규제대상…“소비자 세뇌 우려 커”
방송만 규제대상…“소비자 세뇌 우려 커”
현대자동차의 투스카니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다 보니 익숙한 브랜드 이름이 적힌 광고판들이 보인다. 여기는 온라인 카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 세상이다. 이 사이트 운영사인 넥슨은 지난 2005년 6월부터 국내 판매되는 여러 자동차 모델들을 게임용 차량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활용해온 피피엘(PPL:Product Placement)이 요즘 인터넷, 공연, 만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피피엘이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끼워넣는 간접광고 기법이다.
넓게 퍼지는 피피엘=캐주얼 브랜드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초부터 온라인 댄스게임인 ‘오디션’과 계약을 맺어 실제 판매하는 힙합 의류를 게임용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반응이 좋아 베이직하우스는 최근 제공 아이템을 8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인터넷 손수제작물(UCC)에서도 피피엘은 활용된다. 패러디·풍자 커뮤니티 사이트인 풀빵닷컴은 2004년부터 만화나 플래시에 광고물들을 끼워넣고 있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공연중인 연극 ‘쉬어매드니스 2’는 미용실이 배경이다.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은 도브, 바비리스 등 미용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 상품들을 유치했다. 선다인 뮤지컬해븐 기획실장은 “10여년전부터 공연계에 피피엘이 들어왔고, 공연 규모와 (상품)노출 정도에 따라 계약 금액이 다르다. 현금과 상품을 모두 지원받을 때도 있고 상품만 지원받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에프엔시코오롱은 올해 1월부터 골프웨어 ‘엘로드’와 ‘잭니클라우스’를 스포츠신문에 연재 중인 이현세씨의 만화 ‘버디’에 등장시켰다. 대원씨아이 원소스멀티유즈팀 오태엽 부장은 “만화에서도 피피엘이 이제 조금씩 도입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피피엘로 표적 고객 만나기=인터넷 콘텐츠나 만화, 연극 등에서 피피엘을 하면 광고의 타깃층이 뚜렷하다는 게 장점이다. 베이직하우스는 “타깃층이 분명한 게임으로 인지도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피피엘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피큐미디어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전세계 유료피피엘 시장은 33억6천만달러(약 3조1천억원)로, 2005년보다 37.2% 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피큐미디어는 올해도 30% 이상의 성장을 예상했으며 특히 티브이 방송이나 영화를 제외한 인터넷, 비디오게임, 도서 등 다른 매체에 활용되는 피피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피엘이 새로운 매체로 퍼지는 데에는 기존 방송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에프엔시코오롱 관계자는 “방송에서는 상표 노출에 규제가 많지만 만화는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방송 외 피피엘도 위험 있다=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유료콘텐츠나 공연 등에서 피피엘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실제로 사정이 어려운 공연업계는 피피엘로 제작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피피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진만큼 방송 피피엘에 대한 규제를 풀거나, 아니면 인터넷 콘텐츠 등에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희대 마정미 교수(언론정보학)는 “만화나 게임은 청소년들이 주요 타깃으로, (피피엘로 인해) 잠재의식이 세뇌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피큐미디어는 올해도 30% 이상의 성장을 예상했으며 특히 티브이 방송이나 영화를 제외한 인터넷, 비디오게임, 도서 등 다른 매체에 활용되는 피피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피엘이 새로운 매체로 퍼지는 데에는 기존 방송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에프엔시코오롱 관계자는 “방송에서는 상표 노출에 규제가 많지만 만화는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용업체 협찬을 받은 연극 ‘쉬어매드니스 2’(왼쪽)와 스포츠신문에 연재 중인 이현세의 만화 ‘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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