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자 선정에서 이익금 배분까지
현대중·효성·광명전기 등 ‘입찰 짬짜미’ 적발
미리 정한 낙찰자 밀어준뒤 1억4천씩 받아 세상에, 아직도 이런 짬짜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해 26일 공개한 한 공사 입찰 짬짜미(담합)는, ‘어찌하든 입찰부터 따고보자’던 1960, 70년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짬짜미에는 현대중공업·효성·엘에스산전 등 대기업 계열사들까지 가담했는데, 짬짜미에 나선 회사들은 입찰에 앞서 사전 회의를 열어 입찰 예정 가격을 공모하는가 하면 공사비를 나눠먹기 위해 하도급에 하도급을 거듭했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2002년 5월13일, 한국컨테이너 부두공단은 부산항의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설비 업자 입찰을 6월5일 실시한다고 공고한다. 입찰을 10여일 앞둔 5월27일, 현대중공업·효성·엘에스산전·광명전기·선도전기·일진전기 등 6개 업체 담당자들이 모여 ‘각 사에 최대 이익금을 보장하는 업체에 입찰을 밀어준다’고 합의한다. 이틀 뒤 열린 ‘사전 입찰’에서 이들은 나머지 5개 업체에 한 업체당 1억5천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한 광명전기를 자기들끼리 ‘낙찰자’로 선정한다. 이들은 실제 입찰일에 각각 입찰액으로 얼마씩 적어낼지 미리 짜맞춘다. 이런 짬짜미를 거쳐 가스절연개폐장치 공사는 24억9920만원의 낙찰가로 광명전기에 돌아갔다. 낙찰을 받은 광명전기는 공사비에서 7억2천만원을 뗀 뒤 선도전기에 하도급을 준다. 선도전기는 다시 1억4천만원을 떼고 현대중공업에, 현대중공업은 1억4천만원을 떼고 효성에 …. 이런 식의 장부상 하도급이 반복되면서 광명전기를 제외한 5개 업체는 각각 1억4천만원씩 챙겼다. 애초 짬짜미를 공모한 회의 때 참여하지 않았던 ABB코리아가 뒤늦게 입찰에 뛰어들자, 5개 업체들은 자신들이 보장받은 이익금에서 1천만원씩 갹출해 ABB코리아에 5천만원을 줬다. 이익금이 애초 1억5천만원에서 1억4천만으로 줄어든 이유다. 장부에선 무려 6단계의 하도급이 이뤄졌지만, 실제 공사는 광명전기가 했다. 이들의 이익금 분배는 2003년 8월 말 끝났다. 공정위는 짬짜미 가담 업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이들 모두에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최고액을 물렸다. 뒤늦게 짬짜미에 협조한 ABB코리아에 3740만원, 나머지 6개 업체엔 모두 1억2490만원씩 총 7억9천여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미리 정한 낙찰자 밀어준뒤 1억4천씩 받아 세상에, 아직도 이런 짬짜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해 26일 공개한 한 공사 입찰 짬짜미(담합)는, ‘어찌하든 입찰부터 따고보자’던 1960, 70년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짬짜미에는 현대중공업·효성·엘에스산전 등 대기업 계열사들까지 가담했는데, 짬짜미에 나선 회사들은 입찰에 앞서 사전 회의를 열어 입찰 예정 가격을 공모하는가 하면 공사비를 나눠먹기 위해 하도급에 하도급을 거듭했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2002년 5월13일, 한국컨테이너 부두공단은 부산항의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설비 업자 입찰을 6월5일 실시한다고 공고한다. 입찰을 10여일 앞둔 5월27일, 현대중공업·효성·엘에스산전·광명전기·선도전기·일진전기 등 6개 업체 담당자들이 모여 ‘각 사에 최대 이익금을 보장하는 업체에 입찰을 밀어준다’고 합의한다. 이틀 뒤 열린 ‘사전 입찰’에서 이들은 나머지 5개 업체에 한 업체당 1억5천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한 광명전기를 자기들끼리 ‘낙찰자’로 선정한다. 이들은 실제 입찰일에 각각 입찰액으로 얼마씩 적어낼지 미리 짜맞춘다. 이런 짬짜미를 거쳐 가스절연개폐장치 공사는 24억9920만원의 낙찰가로 광명전기에 돌아갔다. 낙찰을 받은 광명전기는 공사비에서 7억2천만원을 뗀 뒤 선도전기에 하도급을 준다. 선도전기는 다시 1억4천만원을 떼고 현대중공업에, 현대중공업은 1억4천만원을 떼고 효성에 …. 이런 식의 장부상 하도급이 반복되면서 광명전기를 제외한 5개 업체는 각각 1억4천만원씩 챙겼다. 애초 짬짜미를 공모한 회의 때 참여하지 않았던 ABB코리아가 뒤늦게 입찰에 뛰어들자, 5개 업체들은 자신들이 보장받은 이익금에서 1천만원씩 갹출해 ABB코리아에 5천만원을 줬다. 이익금이 애초 1억5천만원에서 1억4천만으로 줄어든 이유다. 장부에선 무려 6단계의 하도급이 이뤄졌지만, 실제 공사는 광명전기가 했다. 이들의 이익금 분배는 2003년 8월 말 끝났다. 공정위는 짬짜미 가담 업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이들 모두에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최고액을 물렸다. 뒤늦게 짬짜미에 협조한 ABB코리아에 3740만원, 나머지 6개 업체엔 모두 1억2490만원씩 총 7억9천여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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