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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미 FTA 입법·사법권 침해 우려

등록 2007-05-28 19:17수정 2007-05-28 22:39

한-미 FTA의 저작권 관련 조항 문제점
한-미 FTA의 저작권 관련 조항 문제점
‘지적재산권’ 형벌 규정·손해배상액 법정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3년째인 20××년. 한 학생이 호기심으로 미국 업체가 만든 컴퓨터게임 프로그램을 몇 차례 무단 복제를 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이미 ‘법정 손해배상 제도’가 생겼고, 그 액수가 최소 1천만원이다. 한국 법원은 “침해자가 집안이 가난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실제 손해를 끼친 게 거의 없는 만큼 상징적으로 10만원 정도의 배상액으로 사건을 종결하자”고 미국 쪽의 권리자에게 ‘권유’해 본다. 하지만 권리자는 끝내 1천만원을 선택했다. 판사는 미국 업체 요구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칫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통해 한국의 사법부를 제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지적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지재권 조항이 권리자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한국의 현행 민·형법과 충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지재권 협정문을 보면, 지재권자 보호를 위해 우리의 사법주권과 입법주권, 헌법 질서까지 훼손하는 조항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정문 제18. 10조의 27항을 보면, 협정 당사국은 저작권 침해 관련 형사절차에서 ‘장래의 침해를 억제하기에 충분한 벌금형뿐 아니라 징역형 선고를 포함하는 형벌을 규정한다’고 돼 있다. 또 한국의 법 체계에 없는 법정 손해배상액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으며, 배상액도 실제 손해액에다 장래의 ‘권리침해 억제액’(침해동기를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벌금)까지 책정하도록 했고, 저작권자 등이 실제 손해액과 법정손해 배상액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28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28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천 의원(무소속)은 “우리는 법원이 변론의 취지를 참작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다, 법정 배상액 규모는 실제 손해액보다 많아 우리 민법의 손해배상 법리와 상충한다”며 “지재권 분야의 손해배상액 법정화는 교통사고·의료사고 등 다른 분야의 소송에 역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손해배상 체계를 교란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벌 규정과 손해액 법정화 등은 국회의 입법재량과 사법부의 양형재량에 대한 간섭”이라고 덧붙였다.

협정문은 또 저작권자의 표시만 있으면 그 대상물에 권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형사 소송절차에 적용하도록 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이런 추정 규정을 두면 원고는 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피고만 저작권자가 권리가 없음을 거꾸로 입증해야 한다”며 “피고는 일단 무죄가 추정되고 모든 입증 책임을 검사에게 요구하고 있는 현행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대형포털업체들도 균형을 잃은 지재권 협상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의견서를 내어 “악의적 저작권 침해 행위의 방조 없이 단순히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 침해 행위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사이트를 폐쇄토록 하는 조처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발효일로부터 6개월 안에 합동조사팀을 꾸려 불법복제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정책지침을 마련한다’는 조항도 한국만 이행하도록 돼 있어 불평등하다”고 지적했다.

송창석 임인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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