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고리 1호기가 말하는 ‘나의 30년’
전력사용량 40% 책임진 ‘맏언니’
설계 수명 다해 9일부터 가동정지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원전 1호기입니다. 1977년 6월19일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시작하며 시험 가동에 들어갔던 제가 오는 9일 ‘가동 정지’됩니다. 설계 수명을 30년으로 정했기 때문이죠. 저의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6월 제 수명을 10년 연장해 달라며 과학기술부에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원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도 원자로를 씌우는 둥그런 시멘트 격납용기(사진)는 기억하실 겁니다. 예전엔 교과서에 ‘고리 1호기로 한국이 세계 21번째 원전 국가가 되었다’며 사진이 실리기도 했고, 우리나라 원전 지역을 지도에 표시하는 시험 문제에도 곧잘 나오곤 했죠.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제작자가 되어 경수로인 저를 지었는데, 당시까지 단일 사업 최대 규모인 공사비 156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저의 전력은 58만7천㎾, 지난 30년 동안 모두 1147억㎾h의 전력을 생산해 왔습니다. 저는 외국 업체에 일괄 발주하는 턴키 방식이었지만, 동생인 고리 2~4호기와 친척들인 월성·영광·울진 등을 거치며 이젠 우리나라도 독자 기술로 원전을 짓게 되었죠. 저희 원자력 집안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의 40.3%를 책임지고 있답니다. 물론 ‘좋은’ 시절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화력도 마찬가지지만 원전의 온배수가 주변 바다를 온난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 문제는 영원한 숙제죠. 사실 지금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안에는 직원들이 쓰던 장갑이나 옷 등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보관하고 있습니다. 발전소 한 곳에서 1년에 드럼 100통 정도는 나오니 지금은 고리에만 3만5천 드럼쯤 쌓여 있습니다. 경주지역으로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긴 했지만, 방폐장 터 선정 과정은 부안 사례에서 보듯이 큰 반발을 불러왔고요. 고장 정지 건수도 1990년까지는 연평균 6.6건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후 증기발생기·주변압기·주발전기 등 주요 설비를 계속 교체하고 운영 기술도 개선되면서 2000년 이후엔 정지 건수가 연평균 0.3건으로 줄었습니다. 원전 이용률 역시 90.6%로, 세계 원전의 평균 79.5%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계속 운전’을 두고선 반대 여론이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마을에 내려가면 ‘계속 연장 결사반대’와 같은 깃발도 걸려 있고요. 대체에너지 개발보다 ‘원자력 현실론’에 근거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쨌든 과기부는 원자력법에 따라 올 연말까지 저를 대상으로 11개 분야 54개 항목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연말께는 제가 ‘폐로’가 되어 영원히 은퇴할지, 생명을 연장할지 판가름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시설 보수 등을 받으며 휴식에 들어갑니다.
고리/글·사진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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