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쪽 조사결과 나와야” 최종판단 꺼려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지난해 한-미 두 나라가 맺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다섯차례나 위반해, 정부가 수입 전면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그러나 정부는 소극적인 문구 해석과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는 미국 쪽 주장에 밀려 최종 판단과 결정을 꺼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21조는 “수출 쇠고기 작업장에서 수입위생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하여 발생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모두 다섯차례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했으므로, 농림부 장관이 결정만 하면 21조 규정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첫 수입위생조건 위반은 지난해 10월30일 이뤄졌다. 2003년 광우병 발생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된 뒤 처음으로 수입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됐다. 지난해 11월24일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도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다시 전량 반송됐고, 같은해 12월1일에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과 함께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검출됐다.
이어 지난달 25일 미국 카길사에서 수입된 쇠고기 15.2t에서는 뼈가 전혀 발라지지 않은 갈비 두 상자가 발견됐다. 또 26일 미국 타이슨푸드사에서 수출한 쇠고기 51.2t이 한국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은 미국 내수용임에도 수출검역증을 붙여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만 공식 수입 절차에 따라 수입하기로 한 수입위생조건이 다섯차례나 거듭 위반됐으므로, 우리 정부의 판단에 따라 수입 중단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양국 간의 수입위생조건이 반복적으로 위반되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수입위생조건 21조에 따라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수입위생조건 위반이 작업장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 미국 쪽 조사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며 유보적 자세를 보였다. 또한 해당 조항은 시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반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이며, 광범위하거나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당장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수입위생조건 위반이 동일 작업장에서 반복되지 않았고, 뼛조각 검출은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내수용이 수출된 것과 관련해선 미국 쪽이 작업장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미국 쪽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해당 조항의 ‘반복적’이라는 것은 시정이 불가능할 정도를 뜻하는 것”이라며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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