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진 벤쳐협회장
인수합병으로 퇴출 유도
벤처생태계 건강해져
벤처생태계 건강해져
취임 100일 백종진 벤쳐협회장 인터뷰
주식시장이 뜨겁지만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추위를 타는 것일까. 12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글과컴퓨터(한컴) 본사에서 만난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에 가깝고, 벤처 인증(확인)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35% 정도밖에 안된다”면서 “성장기 벤처들은 돈줄이 막혀있고, 창업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회장 취임 100일을 갓 넘긴 백 회장은 최근 벤처업계의 문제점들로 과거 벤처의 대명사였던 소프트웨어쪽의 성장이 지지부진하고, 국외진출에 성공한 벤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컴, 안철수연구소,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등 주요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연매출이 400~6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위도비스타 출시 때 호환문제로 곤욕을 치른 예에서 보듯, 엠에스(MS)에 대한 종속이 심해지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익보호 차원에서 소프트웨어 전용펀드를 키우고, 정부·공공기관 입찰 때 자국업체 보호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외진출에 대해서는 “중국에 나간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2~3년 만에 현지업체에게 밀려날 만큼 외국시장은 녹록하지 않다”면서 “방통융합·아이피 티브이 등 새로운 흐름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회장은 업계의 협업도 제안했다. “예컨대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자정부 노하우를 동남아시아 등지에 수출할 때, 관련 소프트웨어는 물론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및 관련장비 수출까지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백 회장은 엠앤에이 시장의 활성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자신도 인수합병으로 한컴의 대표이사가 된 백 회장은 “전체 벤처의 5~10%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성장정체에 빠져있다”면서 “다산다사(多産多死)하는 벤처업계는 인수합병으로 적절한 퇴출이 이뤄져야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머니게임’을 부추기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백 회장은 “너무 맑은 물엔 고기가 살 수 없다”면서 “사채업자가 몰리면 곤란하겠지만, 위험을 감수할 엔젤투자자들이 많아져야 벤처에 돈이 몰린다”고 ‘과감’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매출 1000억을 넘어선 ‘벤처 1000억 클럽’ 회원사가 100곳을 돌파했습니다. 벤처업계가 어렵지만, 기초가 탄탄한 기업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지요.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의 기회를 주고, 벤처들도 새 아이디어로 무장한다면 분명 제2의 벤처붐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글·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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