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소액지급결제 허용 정부 원안과 수정안
동상이몽
동상이몽 한은-재경부 ‘딴 궁리’
‘검사권 확보-자통법 통과’ 맞바꾼 셈
어부지리 표정 관리하는 삼성
보험 연계, 월급통장 등 활용폭 막대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가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이상한 거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증권사 지급결제 쟁점을 풀어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 시한을 맞췄고, 애초 원칙을 폐기한 한은은 오랜 숙원 사업이던 금융기관 검사권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14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법안 심사소위에는, 재경부가 한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협의해 마련한 금융투자사(증권사)가 소액결제서비스 시스템에 직접 참가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법안을 보면, 애초 증권사가 대표금융기관(증권금융)을 통해 간접 참가하는 방식에서 개별 증권사들이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은은 각 증권사에 대해 지급결제업무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됐고, 금감원에 검사나 공동검사를 요구할 권한도 얻어냈다. 한은은 증권사 검사요구권과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여 허용을 맞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애초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질 우려가 있고, 금융시스템 안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명확히 반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재경부가 강경하고 국회 재경위도 대부분 찬성하고 있어 우리로선 안전장치라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오랫동안 금융사 감독권을 가지려고 애써온 한은이 수십여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권한과 증권사 지급결제를 맞바꿨으며 이를 토대로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한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개별 증권사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면 시스템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사에 대한 수시 공동검사권한을 명문화해줄 것을 금감원에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재경부는 애초 대표금융기관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져야 시스템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주장을 접었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 시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에 통과돼야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에 시행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일정을 맞추려는 계획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은 “한-미 에프티에이와 연계돼 일정을 맞추다 보니, 정부가 급하게 자통법 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상충 문제나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위험에 대한 방어장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경부·한은의 타협에 따른 혜택은 주로 삼성그룹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높은 비용으로 사실상 참가 여부가 불확실하고, 대형사 중 우리투자·신한·대한투자증권 등 금융지주 소속사들은 계열 은행이 있어 필요성이 떨어진다. 삼성은 금융계열사가 분리돼 있지만 삼성생명·화재는 보험료를 수납하고 대출을 하는 여·수신 업무를 하고, 삼성증권이 지급결제 기능을 하게 되면 은행의 고유업무를 상당부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보험가입자들은 삼성증권 계좌로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또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월급 통장이 삼성증권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 자통법 시행 뒤 보험사의 지급결제 참여도 성사되면 삼성생명이 직접 지급결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검사권 확보-자통법 통과’ 맞바꾼 셈
어부지리 표정 관리하는 삼성
보험 연계, 월급통장 등 활용폭 막대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가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이상한 거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부는 증권사 지급결제 쟁점을 풀어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 시한을 맞췄고, 애초 원칙을 폐기한 한은은 오랜 숙원 사업이던 금융기관 검사권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14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금융법안 심사소위에는, 재경부가 한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협의해 마련한 금융투자사(증권사)가 소액결제서비스 시스템에 직접 참가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법안을 보면, 애초 증권사가 대표금융기관(증권금융)을 통해 간접 참가하는 방식에서 개별 증권사들이 직접 참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은은 각 증권사에 대해 지급결제업무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됐고, 금감원에 검사나 공동검사를 요구할 권한도 얻어냈다. 한은은 증권사 검사요구권과 증권사의 지급결제 참여 허용을 맞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애초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질 우려가 있고, 금융시스템 안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명확히 반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재경부가 강경하고 국회 재경위도 대부분 찬성하고 있어 우리로선 안전장치라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오랫동안 금융사 감독권을 가지려고 애써온 한은이 수십여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권한과 증권사 지급결제를 맞바꿨으며 이를 토대로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한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개별 증권사가 지급결제 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면 시스템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사에 대한 수시 공동검사권한을 명문화해줄 것을 금감원에 공식 요구한 바 있다. 재경부는 애초 대표금융기관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져야 시스템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주장을 접었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 시한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에 통과돼야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9년에 시행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일정을 맞추려는 계획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은 “한-미 에프티에이와 연계돼 일정을 맞추다 보니, 정부가 급하게 자통법 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상충 문제나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위험에 대한 방어장치가 전혀 언급되지 않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경부·한은의 타협에 따른 혜택은 주로 삼성그룹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높은 비용으로 사실상 참가 여부가 불확실하고, 대형사 중 우리투자·신한·대한투자증권 등 금융지주 소속사들은 계열 은행이 있어 필요성이 떨어진다. 삼성은 금융계열사가 분리돼 있지만 삼성생명·화재는 보험료를 수납하고 대출을 하는 여·수신 업무를 하고, 삼성증권이 지급결제 기능을 하게 되면 은행의 고유업무를 상당부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보험가입자들은 삼성증권 계좌로 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된다. 또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월급 통장이 삼성증권으로 모아질 수도 있다. 자통법 시행 뒤 보험사의 지급결제 참여도 성사되면 삼성생명이 직접 지급결제 업무를 볼 수도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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