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불가” 특급호텔의 저급한 약관
‘멤버십 카드’ 연회비 환불·재발급 등 원천봉쇄…서비스업종 이름이 무색
서울지역 11군데 조사 결과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호텔의 부산 체인은 지난해 말 다른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런데 서울 메리어트호텔의 유료 멤버십 회원인 골드카드 소지자들이 난감해졌다. 부산 체인은 애초 국내외 30여곳의 메리어트 체인 호텔들이 참여한 골드카드 프로그램에 들어 있었는데, 주인이 바뀌면서 다른 지역 골드카드 회원들이 더 이상 부산 체인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한 회원이 호텔 쪽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골드카드 약관에는 회원들에게 ‘별도 공지 없이 참여 호텔을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있다.
특급 호텔들이 저마다 브이아이피(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서비스 이용 때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유료 멤버십 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회원 수도 각 호텔마다 2천~1만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런 카드를 발행하고 있는 서울 시내 특1급 호텔 11곳의 약관을 조사한 결과, 약관을 회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만든 호텔들이 절반 정도 됐다. 멤버십 카드의 연회비는 호텔마다 차이가 있지만 30만~60만원 정도다.
제이더블유 메리어트호텔 뿐 아니라 밀레니엄 힐튼(다이아몬드 클럽), 그랜드 힐튼(프리미엄 클럽)의 약관에도 사전 통보 없이 멤버십 참여 호텔이나 서비스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국 황신자 차장은 “이런 조항은 사업자가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어 불공정 약관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만환 약관제도팀장도 “현재 호텔 멤버십 카드엔 표준 약관이 없기는 하지만, 고객의 동의나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연회비를 환불하지 않는다는 약관도 있다. 밀레니엄 힐튼(다이아몬드 클럽)의 약관에는 ‘회원 가입비는 어떠한 경우에도 환불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호텔 쪽에 확인해보니 상담원은 “멤버십은 강매하는 게 아니라 입회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취소한다는 손님이 없었다”면서 “환불은 어떤 경우라도 안된다”고 말했다. ‘구입 카드는 환불되지 않는다’는 약관을 운용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 (실크로드 클럽)은 환불을 요청하면 입회비(100만원)는 돌려주지만 연회비(30만원)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슷한 약관이 있는 호텔신라(더블초이스)의 상담원도 “가입 뒤 한달 안에 환불을 요청하고, 카드를 이용하지 않은 회원에게만 연회비를 돌려준다”고 말했다. 이런 특급호텔들의 약관대로라면, 멤버십에 한번 가입한 다음에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했을 때 재발급받을 수 없다고 약관에 못박은 호텔들도 세 군데나 됐다.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재발급을 시행하고 있는 한 호텔 관계자는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면 쉽게 재발급할 수 있다”며 “본인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발급을 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호텔들이 멤버십 카드 발급 마케팅을 할 때는 ‘주말 객실 요금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들을 내세운다. 그런데 약관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간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붙여놓는다. 전문가들은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기 전에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호텔 쪽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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