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이주자 전세자금’ 대출 0원
수천억 순이익 속 책임엔 ‘모르쇠’
수천억 순이익 속 책임엔 ‘모르쇠’
올해 토지공사·주택공사·경기지방공사·에스에이치공사 등 공기업들이 새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사업으로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세입자들에게 ‘개발 이주자 전세자금’을 단 한푼도 대출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이낙연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까지 건교부가 맡아온 이 사업을 올해부터 공기업들이 넘겨받으면서 지난해 1200억원을 넘었던 대출이 전면 중단됐다.
2004년부터 도입된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사업 시행자인 공기업들이 세입자들로부터 대출 신청을 받으면 건교부가 운영하는 국민주택기금으로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건교부는 2004년 6억원, 2005년 43억원, 2006년 1259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대출해줬다. 특히 지난해엔 국민주택기금으로 토공이 476억원(1252가구), 주공 454억원(1308가구), 경기지방공사 320억원(800가구), 에스에이치공사 9억원(68가구) 등 3428가구에 1259억원(가구당 평균 3673만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나 지난해 기획예산처는 이 사업에 대해 “개발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자금을 준예산인 국민주택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업 주체가 건교부에서 공기업들로 바뀌었고, 자금도 각 공기업이 스스로 조달하도록 됐다. 하지만 공기업들은 “사업 시행을 위해 규정이 필요하다”며 상반기 내내 대출을 중단했다.
토공 쪽은 “세입자 전세자금 대출은 일종의 보상으로 조성 원가에 반영돼야 하므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건교부와 협의해 7월부터 다시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건교부 이문기 주거복지지원팀장은 “토공과 주공 등이 대출할 자금을 자기 부담으로 하지 않고 원가에 포함시키면서 시간이 걸려 상반기 대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낙연 의원은 “공기업들이 개발 사업자로서 철거되는 세입자들을 지원해야 할 책무가 있고 사업 이익 규모도 커 충분히 대출해줄 수 있는데도 이를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토공과 주공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5831억원과 1958억원에 이른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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