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반대 의원 대토론회 “조세·부동산정책 국가소송 여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시행 뒤 정부가 ‘공공질서 유지’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려면 그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증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세와 부동산 정책이 정부 설명과는 달리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65명으로 구성된 ‘한-미 에프티에이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정책자문단 전문가들과 분과별 정부 협상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정문 종합평가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투자분야 평가보고서에서 “투자 챕터의 미래유보 관련 부속서를 보면, 정부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조처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자의적인 방식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등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분쟁 발생 때는 이런 조건 충족을 정부가 국제중재재판부에 입증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들어 있다”며 “이는 공공질서 유지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조세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부속서에 명시했지만, 협정의 예외를 다루는 챕터(제23.3조 6항)에는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수용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과세도 투자자-국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현격한 해석 차이를 지적했다.
정부는 협정문에 명기한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에는 현행 개별 부동산 정책들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그것은 단지 한국 정부의 주장일 뿐이라고 미국 협상단이 설명했다”고 자문위 보고서는 전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도시계획구역 지정, 개발 제한행위 등 토지의 이용 및 개발과 관련한 규제, 개발부담금 부과나 투기지역 양도세 중과세 조처 등이 모두 일종의 간접수용으로 간주돼, 국가가 보상해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명준 외교통상부 서기관은 “구역 지정이나 개발제한 조처 등은 공공복지나 환경규제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에 보상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양국 공동위원회를 설치해 이런 해석상의 차이를 서로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순빈 김진철 기자 sbpark@hani.co.kr
박순빈 김진철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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