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4일 한전이 생산성본부 회의실에서 한전 및 발전회사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성과공유제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전 제공
[상생경영의힘] ‘성과 공유제’ 도입 기업 확산…2년전 5곳서 올해 50곳 예상
한전·포스코 등 협력사 제안 채택해 발생이익 수백억 나눠
한전·포스코 등 협력사 제안 채택해 발생이익 수백억 나눠
대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혜적이다. 기술, 자금, 인력 등 모든 면에서 한쪽은 지원을 하고 다른 쪽은 혜택을 받는다. 그래서 때로는 ‘상생’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일방적 호혜일 경우 오래 갈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한계에 들어가지 않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성과공유제이다. 이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품질 혁신이나 작업공정 개선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경우 그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제도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말 그대로 상생방안이며, 무엇보다 시장친화적이어서 정부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체계적인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대기업은 지난 2005년 다섯 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6개사로 늘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에스케이텔레콤 등 웬만한 업종별 대표기업들은 대부분 나름대로 성과공유 모델을 갖춰놓고 있다. 성과공유제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수는 지난해 말 현재 692개, 이들의 성과공유금액은 2940억원에 이른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27개사가 더 동참해, 연말이면 50개 이상의 대기업에서 성과공유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원가절감 위주였던 성과공유 유형도 제품이나 신기술 개발 등으로 고도화는 추세이다. 또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 건설, 서비스 등으로 도입 업종도 확산되고 있다. 이런 성과공유제의 전반적 확산에는 초기 도입기업들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한국전력은 6개 발전자회사와 함께 지난 2005년 공기업 최초로 성과공유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설비부품과 기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가 한전에 성과공유 과제를 제안해 채택되면 한전은 이들의 기술 및 경영 혁신을 도와 원가 절감을 이끌어내고, 구체적인 성과가 확정되면 2년동안 절반씩 나눠 갖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로운 공법과 기술 개발, 공정개선, 경영혁신 등 6개 과제에서 109억원의 원가절감 성과가 발생해 관련 업체들과 공유했다.
한전은 올들어 이런 원가 절감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조달부문 서비스개선 및 품질개선제품에 대한 성과공유제도 도입했다. 품질개선 성과공유란, 전력기자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자체 노력으로 기능이나 품질 등을 개선해 성과가 나타날 경우 납품실적에 따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로, 중소기업의 자체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전 쪽은 설명했다. 한전 성과공유팀의 윤영승 과장은 “아직까지 이런 다양한 성과공유모델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좀더 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성과공유 제안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과공유의 제안에서부터 평가, 성과 배분에 이르기까지 가장 모범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베네핏 셰어링’이란 이름의 성과공유제를 시행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177개 협력업체에서 265개 과제를 제안해 834억원이라는 재무적 이익을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참여 기업 49개사에게 124억원을 보상했다.
이진법 포스코 상생협력팀장은 “주로 자재 공급회사와 외주용역업체들로부터 제안을 받아 과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성과 측정은 원가 절감 효과는 물론 제품이나 설비의 수명 연장, 업무프로세스 혁신 등 다양한 측면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상하반기 두번씩 제안을 받아오다 올해부터는 수시제안 체제로 바꾸고, 제안을 낼 수 있는 협력사와 과제 범위도 더 늘렸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협력업체의 제안만 받다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문제가 있어 협력사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라면 포스코 쪽에서 역제안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성과공유제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산업이다. 2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업종 특성 탓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191개 중소 부품회사들과 함께 나눈 성과 공유액은 1509억원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26개 대기업의 전체 성과공유액에서 절반이나 차지한다. 자동차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 지엠대우에 이어 올해 르노삼성까지 성과공유제를 채택해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닦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주요 대기업 성과공유제 시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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