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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웹세상서 숨죽인 한글 ‘제 모습 찾기’ 나선다

등록 2007-07-09 19:14

웹세상서 숨죽인 한글 ‘제 모습 찾기’ 나선다
웹세상서 숨죽인 한글 ‘제 모습 찾기’ 나선다
MS 제공 서체, 획일적 네모꼴로 가독성 떨어뜨려
국내업체, 단점 보완한 본문글꼴 개발·보급 앞장
조형미가 뛰어난 한글이 웹 사이트에서는 투박하기 짝이 없다. 획이 많고 자·모음의 구성이 다양한데 현재 모니터의 해상도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찌감치 미국의 엠에스(MS)가 영어 서체(폰트) 기반으로 만든 한글 폰트에 길들여져 왔다. 획일적으로 만나는 네모꼴의 굴림체나 돋움체가 그들이다.

“글꼴은 문화유산입니다. 프랑스나 영국, 이탈리아 모든 나라들이 고유의 서체를 사용하지만, 웹에서는 모두들 자기 서체를 포기했어요. 이러다간 우리 글자문화도 다 없어지겠다 했죠.”

폰트 개발사 렉시테크의 장주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렉시테크는 최근 우리나라 대표 글꼴이라 할 수 있는 바탕체를 부활시켰다. 스크린 본문에서 활용이 가능한 서체(스크린 폰트)로는 처음이다.

기존에도 바탕체나 궁서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으나, 이들은 점으로 이뤄진 비트맵 폰트라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계단 현상을 보였다. 특히 굴림체가 대부분 쓰이는 것도, 그중 모니터에서의 계단현상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매끄럽지 못한 서체는 결국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때로는 이미지 글자와 문서를 동시에 사용케 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 정보화 사회에선 서체도 지식 습득의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인 셈이다.

그에 반해 렉시테크는 ‘벡터스크린 폰트’라는 기술을 새로 개발해 ‘선 글씨’를 구현했다. 바탕·신문명조·돋움·굴림체 등 현재까지 여섯 가지로, 모두 제목과 본문 서체로 사용이 가능하다.

바탕체 등이 우리 글꼴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건 물론이다. 개발사는 특히 눈의 피로를 줄이고 가독성도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억지스런 네모꼴에 갇혀 있을 때와 달리, 모음에 따라 다섯 가지로 글자 사이 간격을 달리해, 실제로는 글자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바탕체는 아름다우면서도 어느 텍스트의 느낌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글자 표정이 좋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가변폭 완성형 한글’을 특허 등록한 이래, 회사는 현재 삼성에스디에스(SDS), 현대증권, 삼성물산, 동아닷컴 등 9개 사이트에 글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네 곳에서 시험 중이다. 7년 개발의 성과다.

장 대표는 “화려한 서체들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근간이 되는 본문서체인데 그건 다들 외면하고 오늘 먹고살기 위한 서체만 만든다”고 말한다. 블로그 등에 쓰이는 글꼴은 화려하지만 보편성이 없거나, 스크린 활자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디스플레이용’ 서체다.


렉시테크는 세 가지 글꼴을 1년 쓰는 데 개인은 1만원, 기업은 100만~1000만원 가량의 가격대를 정해놓고 있다. “개발하는 동안 두 아들을 대학에도 못 보냈다”는 장 대표는 “한국 사람은 결국 김치를 먹게 되듯 곧 이 글꼴에 익숙해지고 수익도 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두 아들도 아버지를 돕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바람은 다른 곳에 먼저 닿아있다. “엠에스가 새로 추가한 글꼴을 지원받기 위해 우리나라가 윈도 비스타를 새로 깔려면 한해 1조원이 나갑니다. 그런 독점적 공급 체제를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엠에스에 글자를 납품하는 모노타이프란 회사보다 우리가 기술도 2~3배는 앞설 겁니다.” 장 대표는 협력사 우리글닷컴과 함께 오는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스크린 폰트의 미래를 전망하는 ‘인터넷 한글 타이포그래피 혁신 포럼’을 열 참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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