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평생 일군 집 한채, 고단한 주름 펴줄까

등록 2007-07-12 19:12

주택연금(역모기지론) 판매가 시작된 12일 박아무개(67·오른쪽)씨가 여동생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 지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주택연금(역모기지론) 판매가 시작된 12일 박아무개(67·오른쪽)씨가 여동생과 함께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 지사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병원·생활비 부담에 창구 찾아
상담전화·면담 하루종일 이어져
복잡한 서류·나이제한 불만도
주택연금 가입 첫 날 풍경

김형선(67)씨의 손에는 그가 살아온 인생만큼의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그는 그런 손으로 볼펜을 꾹꾹 눌러 가입 신청서를 썼다. 그런 모습을 그의 딸이 지켜보고 있었다.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YTN타워 3층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 지사. 만 65살 이상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회사에서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 방식으로 대출받는 주택연금 신청 접수 첫날이었다.

이날 아침 주택금융공사 직원들은 긴장했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였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집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주택연금을 통해 주택이 더 이상 ‘투기와 상속’의 수단이 아니라 ‘거주와 이용’의 수단으로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아침부터 방문자들과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김씨도 이날 아침 일찍 일산을 출발해 이 곳을 찾았다.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데, 한달 약값으로 10만원이 나가요. 친척과 친구 애경사비로 한달에 10만원, 관리비로 20만원쯤 쓰는 편입니다. 버는 데는 없는데 쓸 곳이 많네요. 허허.” 그가 매달 받는 국민연금은 28만1천원이다. 그나마 은행에 맡겨놓았던 예금 5천만원은, 2004년 소화가 안 된다며 병원에 갔다 덜컥 위암 판정을 받은 아내의 치료비로 썼다.

김씨의 24평 아파트 시세는 1억7500만원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앞으로 매달 받게 되는 주택연금은 54만7250원. “요즘 내 또래 노인들과 얘기하면 한달에 최소 100만원은 필요하다고 해요. 기대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내 손을 꼭 잡고 이 곳을 찾은 이병국(72)씨. “처음에는 빚지고 산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 모두 반대했지만, 장남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며 만족해했다. 이씨의 장남 이덕주(50)씨는 “동생들도 모두 찬성했다”며 “좀 더 빨리 이런 상품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이 곳을 찾은 한 딸은 “오빠들이 은행에 다니면서도 아빠에게 주택연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 오빠들에게 실망했다. 오빠들이 대부분 잘 사는 편인데 상속 욕심이 있어 그런지 몰라도 너무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딸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말렸다.

상속에 대한 부담으로 주택연금을 신청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경우도 있었다. 임수현 주택금융공사 서울지사 차장은 “아들과 함께 방문한 74살의 노모는 연금 가입으로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이 줄어든다고 계속 걱정했다”며 “아들은 한 달 전부터 연금 관련 자료를 모아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시라고 어머니를 설득했지만 노모는 눈물을 글썽인 채 끝내 가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 65살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해 “나이 제한 규정이 불합리하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준비 서류가 너무 많다는 불만들도 나왔다.

차형욱 주택금융공사 주임은 “오늘 출근한 뒤 퇴근 때까지 10분에 한 번 꼴로 상담 전화를 받았다”며 “지급받은 연금 액수가 주택 가격보다 많더라도 사망 뒤 자녀가 초과분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도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유희곤 인턴기자(연세대 사학과 4)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