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절망서 피어난 깨달음 “사람만이 희망”

등록 2007-07-17 20:42수정 2007-07-17 22:24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석상기와 김영섭씨,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조해진과 석헌섭(왼쪽부터)씨가 회사 로고가 새겨진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석상기와 김영섭씨, 회사를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조해진과 석헌섭(왼쪽부터)씨가 회사 로고가 새겨진 로비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나우콤의 ‘지금’이 있기까지

IT 거품 ‘직격탄’ 어려움에도 직원 복리후생 늘려
연봉 매년 10% 인상…“즐겁게 나눠야 회사도 살아”

2000년대 들어 회사는 내리막으로 치닫고 있었다. 초침처럼 채무 변제일이 다가왔다. “망할 게 뻔히 보이니까, 당시 자금 관리하던 대리급 직원은 심장이 떨린다며 회사를 그만 뒀다.” 문용식 나우콤 대표의 회고다.

나우콤은 피시(PC)통신 ‘나우누리’로 한때 손꼽히는 성공 벤처였다. 설립 초기인 1994년, 국내에선 낯선 84일짜리 출산휴가제를 도입했고, 정부가 2004년부터 시행한 주5일 근무제를 98년에 들여앉혔다. “기업의 부가가치는 사람과, 이들의 창조적 노동에서 나온다. 이익을 최대한 직원들에게 돌리고, 자율과 신뢰로 경영해도 충분히 회사가 관리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고 문 대표는 말한다.

그러나 이런 과감한 실험의 결과는 맵고 썼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휩쓸려 나갔다. 대기업 계열사들과는 달리 소자본 피시통신사는 기댈 곳이 없었다. 1999년 190명에 이르던 직원은 3년뒤 50여명이 됐다.

2001년께 웹스토리지 ‘피디박스’를 개발해 서서히 주력사업을 바꾸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95년 입사한 김진석 아프리카사업부장은 “별의별 위기와 절망을 겪다보니, 더더욱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실제 회사는 6년 근속마다 한달을 쉬는 유급 안식휴가제도를 되레 추가했다.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낸 2000년 일이다. 2003년, 4년만에 흑자를 되찾자마자 ‘수익 배분제’를 만들어 경상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돌려줬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400%대였으나 경영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듬해엔 비정규직도 일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당시 계약직 고객상담원이었던 석상기(30·사업지원팀)씨는 “올해 리프레쉬 휴가 대상자로 처음 뽑혔는데, 그야말로 생애 첫 해외 나들이가 될 것”이라며 웃는다. 입사 7년만의 일이다.

나우콤의 실적 추이
나우콤의 실적 추이
나우콤은 안정적인 흑자경영 기반을 다진 뒤로는 더 과감하게 직원 복지에 투자한다. 2002년 총 영업비용의 1%(2억4천만원)에 불과하던 복리후생비가 지난해 3.6%(7억원)로 무장 늘었다. 직원 한명에 대략 530여만원꼴로 복리후생비가 들어갔다. 연봉도 2003년부터 평균 10%씩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나우콤 직원들은 보상과 ‘사회적 평판’에서 큰 기업보다 뒤지는 현실에 불만을 갖는다. 더 좋은 곳으로 떠나려는 욕심은 나우콤 직원들도 떨치지 못한다. 하지만 문 대표는 “몸값을 높여 나가는 것도 회사의 역량이고 그래야 좋은 신입이 또 들어온다”며 “목표와 결과를 즐겁게 나누는 문화에서 튼실한 기업으로 영속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고비용 복지보다 아이디어 기반의 생활밀착형 복지로 전환하고 있다. 학비·문화활동 등 7개 부문에서 연간 100만원 어치의 복지활동을 스스로 기획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를 최근 도입했다.

솔루션 개발팀의 석헌섭 대리는 연봉 800만원을 더 받고 2005년 회사를 옮겼다가 지난해 300만원이 깍인 채 재입사했다. 그는 “복지 제도로 회사를 옮기진 않지만, 확실한 건 나갈 땐 고민이 많았던 것과 달리 올 땐 잠시도 고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를 자산이 아니라 ‘비용 지불요인’으로만 보고 옥죄는 시대, 한 벤처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 부모님에게 생신 선물과 함께 5년째 직접 축하 카드를 씁니다. 돈이 들어가는 어떤 제도보다 반응이 좋아요. 저 역시 직원들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