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고민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용 통계의 분석 틀을 개편하라’고 지시했으나 묘안이 없어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반 국민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전년 동기 대비 고용 지표 체계를 개선하라”며 “총량의 추이 비교 등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고용 지표 분석 틀을 연구할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현재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 동향’에서는 취업자 수, 고용률(취업인구비율), 실업자 수, 실업률 등이 1년 전을 기준으로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기준으로 작성된다. 지난달과 견주어 발표되는 건 취업자, 실업자, 실업률 등 3개 항목뿐이다. 이렇다 보니, 노 대통령은 전체적인 추이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고용정책에 활용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 지시에 따르려면, 지난달과 견줘 통계를 내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을 조정하지 않고 단순히 월별 증감을 발표하는 것은 통계의 기본에 어긋나는 일이다. 예컨대 졸업 시즌인 2~3월에는 졸업생이 대거 배출돼 실업자가 늘었다가 5~6월 다시 회복되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실업자의 단순한 월별 증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이런 계절적 요인을 배제한 ‘계절 조정 전월 대비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계절 조정 전월 대비 항목을 늘린다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또 굳이 정책결정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고용 통계의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또한 현재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 동향 통계 분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경제부처와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 중 비교적 다수의 의견이다. 여러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실업률은 낮은데 고용이 부진하다”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이 통계청에 이런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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