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국제회의 주제발표
대주주 사익 견제 위해 “M&A 활성화해” 주장
한국 재벌들의 피라미드식 출자구조가 ‘독약처방’(포이즌 필) 보다 더 강력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가치 하락과 오너 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티븐 최 미국 뉴욕대 교수는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업경영권 시장:각국의 경험과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연 국제회의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피라미드식 출자 구조를 통한 지배권 확보는 한국의 법 제도와 무관하게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독약처방을 포함한 그 어떤 방어수단보다도 한국식 소유구조가 더 강력한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수단”이라고 말했다. 독약처방이란, 주식회사의 신주 발행 때 이사회 의결로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이 배정되도록 해 경영권을 방어토록 하는 제도로, 최근 관련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린 바 있다.
최 교수는 대주주에 의한 사익 추구 행위나 이로 인한 지속적인 기업가치 하락에 대해서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 방안이므로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역 태그어롱(tag-along)’ 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역 태그어롱이란 현 지배주주가 기업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경우 원하는 주주들에게 인수 시도자가 제시했던 값에 주식을 의무 매입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이날 회의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보유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지적됐다. 또다른 주제발표자인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보유 목적이 경영권 방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타 주주들에 대한 손해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 해결되도록 해야 하며, 자사주 관련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등 정비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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