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사라지는 동대문시장]
도매상가 점포 101곳 심층면접
도매상가 점포 101곳 심층면접
‘동북아시아의 패션 중심’을 꿈꾸고 있는 동대문시장이 중국산 제품들의 빠른 잠식으로 ‘중국산 유통 기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한겨레>는 최근 한 달 동안 동대문 상권 내 신평화시장, 아트프라자, 디자이너크럽 등 도매상가 세 곳에 든 점포 101곳의 상인들을 대상으로 ‘동대문시장의 현주소’를 심층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만난 상인들은 ‘동대문 상권이 침체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동대문 상권이 침체된 이유(복수응답)로 거의 대부분 ‘값싼 중국산의 유입’(81.9%)을 첫손에 꼽았다. 상인들은 2001년 전후를 시작으로 오리털 점퍼·바지·청바지·니트·티셔츠 등의 차례로 중국산이 밀려들었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점포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상인은 49.3%에 그쳤으며, 자체 디자이너를 두고 있는 곳은 24곳뿐이었다. 동대문 상권의 가장 큰 경쟁력인 ‘단기 납품 시스템’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23곳은 주문-기획-생산-판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동대문 특유의 ‘패스트 패션’이 이제는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대문시장이 중국산 유통시장이 된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2만여 배후 공장들과 여기서 창출되는 10만 이상의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는 “동대문이 최근 중국산의 무분별한 유입과 디자인 베끼기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고유 디자인을 개발하고 봉제기술의 수준을 높이지 못한다면 결국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주환 박현정 기자, 권세욱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 4)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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