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승인 조건 아래 론스타와 협상중” 밝혀
당국 “입장 변화 없어”…판결전 매각 어려울듯
당국 “입장 변화 없어”…판결전 매각 어려울듯
영국계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매각 승인이 어렵다는 태도여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조기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SBC는 20일 성명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당국의 승인을 얻는다는 조건 하에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HSBC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51.02%)을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기 위해 최종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은행은 1998년에 제일은행, 1999년 서울은행, 2005년엔 다시 제일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20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론스타가 HSBC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더라도 법원 판결 전에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지난 6월 “현재 론스타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고 있다”며 “향후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함께 법원의 판결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승인을 유보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법원이 론스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론스타로선 6개월 안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만 하면 되는 만큼, 사실상 론스타의 외환은행 조기 매각을 막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던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뜻을 존중해 법원의 판결이 끝나기를 기다려왔다”며 “인수 협상에도 나서지 못한 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외국계 은행에 매각을 해버리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혁준 최익림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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